브로커·기술자 포함 70여명… 거의 캐나다인
대학어학원 강의도… “외국대학 비협조 악용”
가짜 대학 졸업장으로 비자를 받아 입국해 학원과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쳐온 외국인 강사들과, 이들에게 서류를 위조해준 기술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김동만)는 19일 외국인 영어강사의 학위를 위조해 주고 취업을 알선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재미교포 강아무개(32)씨와 위조 기술자 김아무개(63)씨, 캐나다인 영어강사 A(25)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다른 캐나다인 영어강사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강씨는 올해 초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A와 공모해 20여 차례에 걸쳐 외국인들의 대학 졸업장을 위조해 이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취업비자의 일종인 회화지도용 비자를 받게 했다. 또 1명당 100만~150만원씩을 받고 전국의 외국어학원에 취업을 알선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외국인들에게 대학 졸업장 8장을 위조해준 혐의를, 구속된 캐나다인은 가짜 학위를 이용해 3년 동안 경기도 고양시의 4개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 등한테서 건네받은 가짜 학위를 이용해 국내 외국어학원에 취업한 외국인 강사 69명도 적발됐다. 검찰은 이들을 강제출국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가짜 졸업장으로 비자를 받거나, 관광비자로 입국한 다음 위조 기술자한테서 학위를 사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는 인터넷 위조전문 사이트나 제3국에서 위조한 졸업장으로 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졸 이하의 학력이었고, 대졸자 가운데서도 실제 졸업한 대학이 아니라 유명대학의 가짜 졸업장을 제출했다가 들통난 사람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외국인 강사 가운데는 캐나다인이 6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은데, 캐나다와 한국이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어 6개월짜리 관광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외국대학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학사학위 취득 여부를 잘 확인해주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적발된 외국인 강사들은 서울 등지의 유명 외국어학원들과 대전의 한 대학 부설어학원에서도 강의를 한 것으로 드러나, 유명학원 등의 강사 자격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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