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25% 나눠 지급하라”
배우자 손 들어줬지만
공단, 양도금지 규정 내세워 무시
올해부터 법 바뀌어 분할 가능
공단이 판결 불복해 항소 유지
배우자 손 들어줬지만
공단, 양도금지 규정 내세워 무시
올해부터 법 바뀌어 분할 가능
공단이 판결 불복해 항소 유지
주부 최아무개(70)씨는 지난해 3월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을 거쳐 4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왔던 대학교수 장아무개(68)씨와 이혼했다. 법원에서는 이혼 조정을 통해 장씨가 매달 받는 사학연금 390여만원의 25%(90여만원)를 매달 최씨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남편 장씨는 돈을 보내주지 않았다. 평생 주부로 살아 먹고살 길이 막막한 최씨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장씨에게 지급할 연금 중 25%를 자신에게 지급해달라며 사학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뿐이었다. 3개월 뒤, 법원도 최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엔 사학연금공단이 “법 규정상 배우자에게는 (연금을) 줄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맞섰다. 현행 사학연금법 40조가 ‘급여 받을 권리의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이혼한 배우자에게도 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 교직원연금의 ‘분할’ 지급이 가능해졌지만, 사학연금공단은 이후에도 ‘연금을 배우자에게 분할 지급하라’는 법원의 선고에 불복해 항소를 유지하고 있다. 사학연금공단 쪽에선 분할지급을 허용하는 개정 법이 2016년 1월1일 이후 이혼한 부부부터 적용된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학연금법의 양도금지 규정 조항이 만들어진 취지에 대한 몰이해와 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양도금지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채무 등으로 인한 급여(연금 포함) 차압 등이 수급자와 배우자 등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해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 수급자 한 사람만의 권리를 보장하는 개념은 아니”라며 “사학연금법의 입법취지나 분할지급 제도 도입 등의 흐름을 볼 때 사학연금공단이 수급자에게만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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