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한양대 등 ‘꼼수’ 재정
학생들 실습비 부담 등 늘어
사실상 등록금 인상 효과
학생들 실습비 부담 등 늘어
사실상 등록금 인상 효과
“학교에 장비가 없어서 작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경희대 미술대학 학생회장인 허건(24)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판화 수업에 쓰이는 프레스기가 고장난 지 벌써 2년이 다 돼가는데 학교는 고쳐주질 않는다. 목공실은 안전 문제로 폐쇄된 상태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예산을 줄인 탓이다. 허씨는 “2014년에 견줘 지난해 재료비 지원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는데 올해도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 여부를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면서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교들이 학생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도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습환경이 열악해지거나 교내 자치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실습비 부담이 늘고 장학금이 줄면서 실질적으론 등록금 인상 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가 등록금을 동결한 2012년 이후 지난 4년 동안 교내 장학금·실험실습비·학생지원비 등 학생지원 예산을 79억5천만원 삭감했다”며 “이는 등록금 4% 인상과 같은 효과”라고 밝혔다. 각종 학생활동에 지원되는 학생지원비는 2012년 167억원이었지만 올해 예산안엔 103억원만 책정됐고 실험실습비도 같은 기간 74억1천만원에서 64억6천만원으로 줄었다. 교내 장학금도 2012년부터 2년 사이 6억원가량 삭감됐다. 예산 삭감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단재민(25) 경희대 부총학생회장은 “사학과는 답사비가 삭감돼 운영이 어려웠고 일부 전공 학생들은 등록금을 낼 때 53만원의 실험실습비를 내는데도 추가비용 없이 제공받는 실습 기회는 10만원 안팎이었고 수업마다 많게는 수십만원의 추가 실습비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한 일부 대학들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양대는 올해 예산에서 4억원가량의 학생지원 예산과 3천만원가량의 경비용역 예산을 삭감해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들이 8일째 교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교내 장학금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학교의 자구 노력이 드러나야 정부로부터 ‘매칭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이 많게는 16억원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
‘꼼수’에 가까운 대학의 등록금 정책을 견제하려면 우선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학생과 학교 쪽 등록금심의위원이 동수로 구성돼도 총장이 추천한 외부 위원이 학교 쪽의 거수기 구실을 하면 등록금과 예산 책정에서 학교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다. 외부 전문가 선임 방식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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