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정환 신부, 천노엘 신부. 사진 법무부 제공
‘임실치즈’ 탄생의 주인공인 지정환(85·왼쪽·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 등 외국인 신부 2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법무부는 4일 한국 사회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공로를 인정해 지 신부와 장애인 지원을 위한 거주시설인 ‘그룹홈’을 설립한 천노엘(84·오른쪽·오네일 패트릭 노엘) 신부에게 국적 증서를 수여했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지 신부는 1958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신부가 된 이듬해인 1959년 전쟁의 고통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기로 하고 한달 넘게 걸리는 뱃길을 따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지 신부는 1961년 부안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뒤 3년 동안 간척사업을 벌여 농지 30만평을 개간해 지역 농민들에게 나눠줬다. 임실치즈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지 신부가 1964년 전북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뒤부터였다. 임실은 산과 풀이 많아 산양을 기르기 적합한 곳이었다. 마침 지인에게 선물받은 산양 2마리를 기르고 있었던 지 신부는 산양젖을 활용해 치즈 생산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과 경험 없이 치즈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 신부는 주민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산양을 키우고 유럽에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오는 등 3년동안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67년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을 설립했다. 지 신부는 박정희 정부 시절 유신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추방될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농촌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풀려날 수 있었다.
지 신부는 1970년대 말 다발성신경화증이 발병해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오는 등 건강이 나빠지자 1981년 귀국했다. 3년간 요양을 마친 지 신부는 1984년 다시 한국을 찾아 전북 완주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인 ‘무지개의 집’을 설립해 사회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지 신부는 “지병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없지만 임실치즈가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한국 국적을 얻은 소감을 밝혔다.
아일랜드 출생의 천노엘 신부는 1956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이듬해인 1957년 선교 및 구호활동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81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소규모 가족형 거주시설 ‘그룹홈’을 광주광역시에 설립했다. 또 1987년에는 장애인 자립 시설인 엠마우스 복지관을 설립하고 1993년에는 사회복지법인인 무지개공동회를 세워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시설은 13개에 이른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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