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아스팔트 위에 백남기(69)씨의 옷을 펼쳐 놓았다. 그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농민이다. 백씨의 딸 도라지(33)씨는 설을 앞둔 지난 2일 아버지의 옷을 품에 안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앞에 앉아 있었다. ‘아빠 백남기’는 아직도 혼수상태다. 도라지씨는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오기 전까지 입고 있던 이 옷을 소중하게 보관해왔다. 경찰이 아버지가 입은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러 올 때 건네주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관심이 없다. 대통령의 사과도 없다. 잠바와 바지, 운동화는 지난해 10월6일 아버지의 69번째 생신 때 도라지씨가 직접 사드린 선물이었다. 파란 조끼는 농민회 옷이다. 아버지는 분명 국가 공권력에 의해 쓰러졌는데 다 해진 아버지의 옷에 가슴 아파하고 눈길을 주는 국가는 없다. 도라지씨는 아버지의 옷을 지난 2일 <한겨레>에 건네 사진 촬영을 도왔다. 백남기씨의 두 딸인 도라지씨와 민주화(29)씨를 지난 2개월여간 만나 이들이 어떤 일을 겪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폈다. 국가 폭력 피해자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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