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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독거 노인 쓸쓸한 죽음 막는 ‘우유 배달’

등록 2016-02-08 12:13수정 2016-02-08 12:19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
‘우유 안부’ 캠페인 펼치는 호용한 목사
“홀로 사는 노인들이 신선한 우유로 아침을…”
“외로운 노인들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을 막기 위해 14년째 우유를 배달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 가정에 매일 우유를 배달하고, 집 앞에 우유가 이틀 이상 쌓이게 되면 배달원이 교회로 연락해 안부를 챙기는 방법으로 운영되는 ‘독거노인을 위한 우유 안부 캠페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3년부터 매일 아침 노인들에게 무료로 우유를 배달하고 안부를 묻는 이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옥수중앙교회의 호용한 목사다. 당시 독일 유학을 마친 호 목사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옥수동 중앙교회에 부임했다.

그는 고단한 삶을 사는 이웃의 노인들과 마주칠 때마다 건강 걱정이 됐다. 호 목사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인 칼슘을 보급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방법으로 우유 나눔 봉사를 떠올렸다. 때마침 호 목사를 돕겠다고 나선 교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고, 한 독지가의 통큰 기부가 이어졌다.

“그 당시 가까운 지인이 3년 동안 매월 200만원을 보내줬어요. 안정적으로 우유를 지급할 비용이 생겼고, 그것이 우유 나눔 봉사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덕분에 100가정의 독거 어르신들에게 우유를 보내드릴 수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우유배달이 1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양부족에 시달리거나 거동조차 어려운 노인들이 고독한 무연사의 길을 갈 때, 사후 수습을 해줄 이가 없다. 호 목사와 뜻을 함께하는 교인들이 ‘우유 안부’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지만, 고독사를 당한 노인들이 발견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호 목사는 “지난해 11월에 성수동에서도 고독사로 떠난 어르신이 발견됐고, 새해에도 금호동에서 한 분이 떠나셨다. 쓸쓸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고독사를 당한 노인 가족들에게 연락해 장례를 치른 적도 있지만, 일부는 자녀들이 찾아오지 않아 방치된 삶을 살다가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유를 받는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전화를 건다. 우유가 잘 배달되는지, 혹시 상한 우유가 배달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묻고 챙긴다. 두 달에 한 번씩은 편지를 쓴다. 편지를 받은 어르신들은 감사의 마음이 담긴 편지나 2만~3만원 가량의 헌금을 보내온다.

14년 전, 100여 가정에 배달되던 우유는 이제 1000여 가정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호 목사의 헌신적인 노력을 알아챈 후원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배달의 민족’ 앱을 개발한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가 4년 전부터 매달 500만원을 후원해왔다. 골드만삭스 직원들은 성금 1억5000만원을 모아 보냈다. 매일유업은 노인들의 소화를 돕기 위해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전달하겠다고 나섰다. 호 목사는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설립했다. 이를 계기로 성동구 350가정, 동대문구 200가정, 금천구 150가정, 광진구 150가정 등 모두 850가정에 우유를 배달하고 있다. 내달부터는 강북구 150가정에 우유를 배달하면서 후원 지역을 확대한다.

호 목사는 앞으로 서울 지역 5000가정의 독거 어르신들이 신선한 우유로 아침을 맞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끝으로 호 목사는 “인간의 생명은 소중한 것인데, 이웃의 죽음을 방치하는 무관심이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 그런 영향력이 사회 곳곳에 퍼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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