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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담당 교사·콘도업체 직원
유족이 낸 소송에서 인과관계 인정
유족이 낸 소송에서 인과관계 인정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중학교 교사이던 현아무개씨는 2012년 3월부터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해 7월 2학년 학생 12명이 1학년 학생 13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뺏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6차례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를 연 끝에 가해 학생 6명이 강제전학을 가게 됐다. 현씨는 그 뒤 동료교사와 부인 등에게 “너무 조직적 폭력 사건으로 몰아갔다. 강제전학 결정은 너무 심했다”며 자괴감을 호소했다. 그는 그해 9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현씨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자살한 남편의 보상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1·2심은 “현씨의 자살이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콘도업체 직원 이아무개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8년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객실부로 발령이 나,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팀장 밑에서 500개가 넘는 객실을 관리하는 등 혼자 하기 벅찬 업무를 맡았다. 상사는 물론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자 이씨는 2010년 8월 콘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심은 “업무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작스러운 부서 전환과 상사와의 갈등, 심한 수치심을 느낄 만한 고객 발언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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