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바전선에 나선 까닭은
청소년 200명 실태 조사 결과
29%가 급식비 등 직접 벌어 써
평균 7개월 근무 장기화 경향
청소년 200명 실태 조사 결과
29%가 급식비 등 직접 벌어 써
평균 7개월 근무 장기화 경향
올해 서울의 한 특성화고 2학년이 되는 이아무개(17)군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휴식이나 공부가 아닌 ‘알바’(아르바이트)를 위한 시간이었다.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 대비 학원에 등록하는 데 39만원이 필요했지만 노점을 하는 아버지는 “학원에 안 다니면 안 되겠냐”고 했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 방학 때 2주 동안 하루 6시간 닭갈비 전문 식당에서 일했다. 이군은 3월 개학을 하면 학교가 끝난 뒤에 할 수 있는 알바를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군은 “용돈을 달라고 하면 주시지만 계속 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학원비도 계속 들어갈 테고, 취업하기 전까지 알바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를 하는 고교생 10명 가운데 3명은 부모한테 용돈을 받지 못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생계형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펴낸 ‘청소년 근로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현재 알바를 하고 있는 고교 재학생 200명 가운데 부모한테 용돈을 받지 못해 교통비·통신비·급식비·간식비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본 경비를 스스로 벌어 쓰는 학생들이 29.0%나 됐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지만 자신이 추가적으로 원하는 소비를 위해 알바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9.0%였다.
김 연구위원은 “2013년 기준 근로 청소년은 대략 22만여명 정도로 15~18살 중고생의 3분의 1 이상이 알바를 경험한다”며 “단순 경험이나 추가적인 소비를 위한 일시적인 아르바이트가 아닌, 일상생활과 생계 유지를 위해 상시적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근로 청소년의 비율이 일정 수준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7.1개월로 알바가 고정적인 수입원 구실을 하고 있었다. 알바 기간이 1개월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15.5%에 그쳤으며, 2~4개월(36.6%), 5~15개월(37.0%), 16개월 이상(11.5%)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한달 평균 급여는 42만9000원이었다. 40만원 미만(51.0%)을 받는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웃돌았으나, 40만~60만원(28.0%), 60만~100만원(16.0%), 100만원 이상(5.0%) 등 고액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알바 업종은 음식점·레스토랑(23.5%), 편의점(17.0%), 패스트푸드(13.0%), 뷔페·연회장(10.5%) 등이었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현재 하고 있는 알바를 계속하겠다’(80.5%), ‘최저시급이 올라도 알바 시간을 줄일 의사가 없다’(70.5%)고 답한 것도 10대 청소년의 알바가 과거 ‘한시적·경험적 일’에서 ‘장기적·생계형 일’로 성격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