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한 야산에서 어머니 박아무개씨에게 맞아 숨진 뒤 암매장된 김아무개양의 주검을 수습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작은딸 학교 안보내 구속된 엄마 자백
“5년전 때려 숨져…야산에 암매장”
경찰, 엄마 진술 확보…주검 찾아
사체유기 가담한 지인 3명도 입건
소재 파악 안되는 장기결석생 2명
“5년전 때려 숨져…야산에 암매장”
경찰, 엄마 진술 확보…주검 찾아
사체유기 가담한 지인 3명도 입건
소재 파악 안되는 장기결석생 2명
어린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한 어머니가 큰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때려 숨지게 한 뒤 몰래 매장한 사실이 5년 만에 드러났다.
김아무개(실종 당시 7살)양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경남지방경찰청과 경남 고성경찰서는 15일 “김양의 어머니 박아무개(42)씨로부터 5년 전 딸을 구타해 숨지게 한 뒤 딸의 주검을 산에 파묻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현장에서 김양을 주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30분께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야산 중턱 45㎝가량 땅속에서 발견된 김양의 주검은 백골 상태로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경찰은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와 유골의 골절 여부 등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경남 고성경찰서는 암매장에 가담한 혐의(사체유기)로 박씨의 친구 백아무개(42·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작은딸을 2년 넘게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어머니 박씨를 교육적 방임 등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구속한 바 있다. 경찰은 구속된 박씨가 큰딸이 실종됐다면서도 실종신고도 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겨 큰딸의 행방을 조사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2001년 결혼한 박씨는 유학생 남편과 함께 친정이 있는 미국에서 살며 2004년 큰딸을 낳았다. 작은딸도 2007년 미국에서 낳았다. 박씨는 서울에서 살던 2009년 1월 가정불화를 이유로 당시 5살·2살이던 두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그는 가출 직후부터 지난해 봄까지 친구 백씨와 잘 아는 사이인 경기도 용인시 이아무개(45·여)씨 집에 얹혀살았다. 이씨 집에서는 어른 6명, 어린이 6명 등 네 가구가 함께 살았다. 경찰은 이들이 함께 산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두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았으며, 큰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집 베란다에 가두고 밥을 주지 않거나 의자에 묶어서 회초리로 마구 때렸다. 2011년 10월25일 밤과 26일 오전에도 7살이던 큰딸을 방 안에서 의자에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회초리로 몇시간 동안 때리고 내버려뒀다.
26일 오후 딸이 숨진 것을 알게 된 박씨는 이씨 집에서 같이 살던 친구 백씨, 집주인 이씨, 이씨의 언니 등과 함께 딸의 주검을 이씨 차에 싣고 이틀 동안 다니며 암매장할 곳을 물색했다. 이들은 2011년 10월28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에 경기도 광주시 야산에 김양의 주검을 파묻었다. 박씨는 지난해 봄 작은딸과 함께 충남 천안으로 옮겨갔다. 최근 경찰에 발견될 당시 천안의 막걸리공장에서 일하며, 작은딸과 공장 숙직실에서 살고 있었다.
박씨 남편은 아내의 무단가출과 장기간 연락두절을 이유로 법원에 신청해 이혼했으며, 연락이 닿지 않는 두 딸의 주소지를 2013년 5월 경남 고성군의 본가로 옮겼다. 이 때문에 박씨 남편은 큰딸 사망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큰딸과 작은딸에게 각각 취학통지서를 보냈던 서울시교육청과 경남도교육청도 이들을 장기결석(미취학) 아동으로 분류해뒀을 뿐, 올해 초 전국적으로 경찰 합동 소재불명 장기결석 어린이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6일께부터는 미취학 아동, 중학생 장기결석자에 대해 조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시설에 수용된 아동, 조손·한부모 가정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5일 현재 전국에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장기결석 초등학생은 경기도 1명, 경남 1명 등 2명이다.
창원/최상원 기자, 김성환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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