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피해자들과 민주인권평화재단 회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긴급조치 변호단이 2014년 11월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30일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과 관련해 ‘유신 시절 긴급조치를 적용한 수사·재판은 그 자체로는 불법행위가 아니어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정희 정권이 발령한 긴급조치 9호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반기를 든 하급심 판결이 또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광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마은혁)가 긴급조치 비방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당시 전북대 학생 최아무개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각 2700여만원~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대통령은 긴급조치권 행사에 정치적 책임을 질 뿐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직무상 의미가 있는데도 대통령이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헌법 문헌에 명백히 위배되는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한 것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제 와서 긴급조치 9호의 위헌성을 부인하는 것은 대법원의 긴급조치 위헌 결정 등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2013년 “긴급조치 9호는 당시 유신헌법에 비춰 봐도 위헌·무효”라고 판단하고도, 2014년 10월과 지난해 3월 이를 뒤집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에 반기를 든 하급심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1부(재판장 이옥형)와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기영) 역시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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