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의 어머니가 생후 9개월의 딸에게 장난감을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족들은 아이가 숨지자 주검을 부검 없이 바로 넘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담당 검사가 검시 과정에서 눈 밑에 멍이 들어있는 것을 의심스럽게 여겨 부검을 실시해 부모의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지청장 김영규)은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656그램 무게의 장난감 공을 던져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처벌법의 아동학대치사 등)로 어머니 이아무개(2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3시께 딸이 계속 울자 장난감 공을 머리에 던져 두개골 골절을 일으킨 뒤 3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아이가 숨진 지난달 20일 119에 전화를 걸어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단순 사망 사건으로 판단했으며 부모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검을 유족에게 인계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아이 눈 밑에 멍이 든 흔적이 있었지만 이씨가 “놀다가 다친 것”이라고 해명한 내용을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검시를 담당한 검사가 멍 자국을 의심스럽게 여겨 부검을 지휘했다. 이씨와 남편 한아무개(31)씨는 “아이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며 부검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부검은 진행됐고 그 결과 두개골 골절이 사망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부검결과가 나온 뒤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이씨와 남편 한씨가 카카오톡을 이용해 나눈 대화 내용을 압수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여 지속적인 아동학대 정황도 밝혀냈다. 이씨는 한씨에게 수시로 “아이가 울면 부들부들 떨려 참을 수가 없다”, “오늘은 파리채로 때렸다”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한씨는 “너무 세게 때리지는 말아라” 등의 대답을 하며 폭행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검찰은 이같은 대화 내용을 확인해 이씨가 다른 쌍둥이 아이들의 허벅지를 파리채로 때리고 발로 옆구리를 걷어차는 등 지속적인 폭행을 행사했다고 보고 이씨에게 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했다. 다만 검찰은 장난감 공에 맞은 아이가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숨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남편 한씨도 집에서 담배를 피고 아이를 집에 둔 채 이씨와 장시간 외출을 해 술을 마시며 폭행을 묵인하는 행위 등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두 쌍둥이의 양육 문제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는 대신 가정법원에 한씨에 대한 보호관찰 등의 처분만 청구하기로 했다.
현재 남은 쌍둥이는 한씨의 부모가 보살피고 있다. 검찰은 한씨 부모의 가정환경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범죄피해자 경제적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생계비 160만원을 긴급 지원했으며 추가 지원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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