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
17일 대법원 회의실. 강신욱 대법관, 손지열 법원행정처장, 천정배 법무부 장관,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장, 송상현 한국법학교수회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이승훈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 9명의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위원들이 모여들었다.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인물들을 추려 대법원장에게 최종 후보 명단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는 위원들이 허심탄회하게 각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적격성을 따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심사를 거쳐 최종 추천된 9명의 후보 가운데 일부는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일부는 위원들 사이에 이견을 보여 표결까지 갔다고 한 법조계 인사는 전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개혁적 법조인으로 법원 안팎의 지지를 받아온 박시환 변호사에 대해 천 변협 회장은 “변협 차원에서 대법관 추천을 반대한다”고 했고, 김성훈 총장이 이를 반박하며 박 변호사의 추천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갈리자 위원장인 송 교수가 모든 위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천 회장을 뺀 나머지 위원 모두가 박 변호사 추천에 찬성해 7 대 1로 추천이 결정됐다.
애초 회의를 앞두고 대법원 안팎에서는 ‘양천(천정배-천기흥)이 한판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참여정부 실세인 천 장관과, 사법개혁 작업을 ‘개악’이라고 규정하며 현 정권에 날을 세우고 있는 천 회장이 대법관 추천에 큰 견해차를 보이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석에서 박 변호사를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른 천 장관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의 찬반토론을 지켜보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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