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개봉된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 도입부에는 익숙한 영상이 3초 정도 짧게 등장합니다. 경찰이 2001년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시위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하는 장면입니다. (▶영상 바로 가기 )
15년 전 이야기가 아닙니다. 석달 전인 2015년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차벽 뒤에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로 농민 백남기(69)씨를 쓰러뜨린 장면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백씨는 넉 달째 의식 불명 상태입니다.
24일 저녁 8시30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한국 정부의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를 비판하는 취지에서 3차원 홀로그램 ‘유령집회’를 엽니다. 27일 토요일에는 4차 ‘기억하라! 분노하라! 심판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4차 민중총궐기도 예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강경진압 방침입니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2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전과는 달리 차벽 뒤에서 숨어서 (집회 관리를) 하기보다 불법예방 차원에서 앞으로 나가서 엄중 대응하겠다”며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현장 체포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홀로그램 유령집회에 대해서도 “구호를 제창하는 등 집단 의사를 표현하면 집회·시위에 해당한다”는 방침입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 우리는 과연 지킬 수 있을까요?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