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의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한 교육부의 고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는 영어몰입교육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영어몰입교육은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으로, 사립인 서울 영훈초등학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영어몰입교육이 관심을 끌면서 다른 학교들도 도입하려고 하자 교육부는 2012년 12월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에 영어는 없다”며, 영어교육을 편성해서는 안 된다는 고시를 발표했다. 일부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것도 3∼4학년은 주당 2시간, 5∼6학년은 3시간을 초과하지 말라고 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9월 이런 내용이 담긴 공문을 영훈초에 보냈다. 그러자 영훈초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국내 국제학교에서는 이런 제한이 없는데 사립초만 규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초등학교 시기는 인격 형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다. 특히 저학년은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초등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의 영어교육이 일정한 범위로 제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교육부 조처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교육부의 고시가 평등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외국인학교는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의 자녀와 외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을 교육하기 위하여 설립된 학교로서 일반 초등학교와는 설립목적, 교육과정, 수업연한, 학력인정 등에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두고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도 2014년 11월 영훈초 학부모들이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교육감, 성북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고시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교육당국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하는 교육부의 고시가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기준을 정해 놓는 데 그친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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