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우려 없는 법안” 내용
하 회장과 몇몇 집행부만의 의견
여당에 전달…변협 내부서 강력 반발
법제위원회도 안열어…‘월권’ 논란도
“중대법안 의견서 내며 비밀로 해”
하 회장과 몇몇 집행부만의 의견
여당에 전달…변협 내부서 강력 반발
법제위원회도 안열어…‘월권’ 논란도
“중대법안 의견서 내며 비밀로 해”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있는 테러방지법의 모든 조항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요청에 따라 회장을 비롯한 일부 집행부가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소속 변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가 25일 입수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및 동법 본회의 수정안에 대한 의견 제시’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변협은 테러방지법의 모든 조항에 대해 ‘전부 찬성’이라는 의견을 냈다. 의견서는 대테러인권보호관 1명을 두게 한 조항을 근거로 ‘국정원장에게 부여한 (정보 수집) 권한들이 과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견서는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에 대한 여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했을 뿐 인권단체와 야당의 기본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하창우 변협회장의 직인이 찍힌 이 문건의 수신인은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 돼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더민주 의원들이 민변 쪽 의견서를 갖고 테러방지법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고, 국회의장한테 편향된 의견 말고 제대로 된 의견을 들어보자고 얘기했다. 내가 직접 하창우 회장한테 전화해서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그래서 수신인도 내 앞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협이 특정 정당의 요청으로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협 의견서는 국회의장이나 국회사무처에 낸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변협 관계자는 “쟁점이 되는 법안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효은 변협 대변인은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의견서를 요청해와 그 요청에 응한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창우 회장이 변협의 공식기구인 법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의견서를 제출해 내부 절차를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협은 일반적으로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낼 때 법제위원회를 거친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이번 의견서는 하 회장을 포함한 일부 집행부가 모여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작성된 의견서는 지난 24일 오전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에게 전달됐다. 이를 두고 집행부가 월권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견 변호사는 “인권을 보호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전부 찬성하기 정말 힘든 법안이다. 이런 중대한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도 전체 변호사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창우 회장은 의견서 제출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그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긴급한 사안이거나 정책적으로 중요한 사안의 경우 법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률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변협 내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변호사단체가 특정 정당의 법안에 대해 섣부르게 의견을 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이 언론보도를 보고 대한변협이 검토의견서를 낸 것을 알았다. 집행부는 의견서 내용을 묻는 변호사들에게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변협 소속 변호사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하 회장은 전화와 문자를 통해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하창우 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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