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 ‘불황의 그늘’
보이스피싱 조직과 거래하다 적발
“형편 어려워 대출받으려다…”
신참이 주로 하던 ‘집사 변호사’ 맡아
교도관 몰래 간식 넣다 걸리기도
개인사무실·법무법인 등 폐업 증가
몸값 낮춰 월급쟁이로 들어가기도
보이스피싱 조직과 거래하다 적발
“형편 어려워 대출받으려다…”
신참이 주로 하던 ‘집사 변호사’ 맡아
교도관 몰래 간식 넣다 걸리기도
개인사무실·법무법인 등 폐업 증가
몸값 낮춰 월급쟁이로 들어가기도
변호사업계의 불황은 젊은 변호사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중년 변호사들도 불경기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건네거나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옥바라지를 하다 적발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징계를 받는 이들이 등장할 정도다.
ㄱ(59) 변호사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넘겼다. 전화 사기로 거액을 뜯어내는 범죄조직에 자신의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건넨 것이다. 그 대가로 받은 것은 단돈 30만원이었다. 이 사실은 이 변호사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처분을 받으면서 알려졌다.
변협 관계자는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질렀냐고 물었더니, ㄱ변호사가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대출을 알아보는데 상대방이 대출을 받으려면 통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인지 모르고 통장을 건넸다’며, 범행을 알고 가담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ㄱ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변협으로부터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고,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주로 신참 변호사들이 맡는 것으로 알려진 수감자 면회를 전담하는 ‘집사 변호사’ 일을 하는 중년 변호사들도 있다. ㄴ(53) 변호사는 2014년 9월 수감자에게 부탁받은 물건을 몰래 전달하려다 적발돼 과태료를 물었다. 옷 안에 소형 라디오를, 소송기록 봉투에는 머리끈 50개와 머리띠 1개, 머리빗 2개를 감춘 뒤 변호인 접견실에서 교도관 몰래 수감자에게 건네려다 적발돼 지난 1월25일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같은 날 역시 교도소 변호인 접견실에서 수감자에게 간식을 건넨 ㄷ(41) 변호사도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서울의 한 구치소에 구금된 미결수용자를 접견하면서 2014년 7월~8월 동안 4차례 걸쳐 교도관 몰래 사탕, 껌, 초콜릿, 젤리, 육포 등을 수감자에게 건넸다. 변호사가 수감자의 재판을 돕는 게 아니라 단순한 심부름을 해주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중년 변호사들까지 이런 처지에 내몰린 것은 어려워진 업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변협의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5년간 변호사들의 폐업신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1년에는 4명이 개인사무실 폐업신고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11명으로 늘었다. 법무법인 폐업신고 역시 2011년 19곳이었지만, 2012년 17곳, 2013년 21곳, 2014년 25곳, 지난해 40곳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4년 1만3726명이던 변호사가 2050년엔 7만2952명으로 늘어나고 연간 수입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변협의 한상훈 대변인은 “경력 있는 변호사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개업을 했다가 월급을 받는 고용변호사로 들어가는 경우도 꽤 많다. 신입 변호사들이 보통 200만~300만원을 받는데 경력 변호사들도 상당히 몸값을 낮추면서 고용 변호사로 들어가는 경우도 요즘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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