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국민연금 ‘공공투자’ 활용 논쟁
국민연금기금(이하 연기금)을 공공주택 등 복지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활용하는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가 오는 4월 총선의 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이를 총선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기 떄문이다. 연기금의 일부를 신혼부부나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 국공립어린이집 등 공공복지인프라를 갖추는 데 활용하자는 것이 공약의 요지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지급될 연기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 “수익률 보장이 어렵고 불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등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더민주·국민의당 야권 총선 공약
일부를 임대주택 등에 활용 방안
찬성쪽
“공공투자땐 출산율 늘어 재정 안정”
“복지시설 투자로 사회적 수익 커” 반대쪽 “취약계층 사업이라 수익률 적어”
“미래세대의 연금 끌어다 쓰는 꼴”
■ 야권 주요 총선 공약으로 부상 더민주는 이르면 4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연기금의 공공투자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11일 연기금을 재원으로 만 35살 이하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청년공공임대주택)을 짓자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이른바 ‘컴백홈법’)을 ‘창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에는 더민주 주최로, 지난달 24일에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주최로 관련 토론회가 잇달아 국회에서 열렸다.
현재 연기금은 ‘수익성’과 ‘안정성’의 원칙 아래 90% 정도를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 총 506조(2015년 11월말 기준) 중 288조4천억원(57.3%)은 국내외 채권에, 164조8000억원(32.6%)을 국내외 주식에, 51조원(10.1%)은 부동산 등 기타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연기금 공공투자론’은 이런 현재의 투자방식에, 해마다 발생하는 연간 86조원의 여유자금의 10%(8~10조원)를 국민의 복지 증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사회투자기금’으로서의 성격을 가미함으로써 연기금 투자의 프레임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엘에이치(LH) 공사 등 공기업이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병원, 국공립어린이집, 국공립노인요양시설 등을 짓기 위해 특별채권(가칭 사회투자채권)을 발행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연기금을 활용해 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일종의 채권투자로, 공단은 나중에 이 채권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게 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국민연금은 출산율이 높아져 인구가 많아지고 대부부 인구가 취업을 해야 재정이 안정화된다”며 “연기금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출산율·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공공복지인프라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기금 공공투자는 안정적 수익을 거두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 주거, 보육 등 복지서비스 분야의 기반시설을 튼튼히 세우며, 나아가 경기부양 효과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기금 공공투자를 주장하는 쪽은 또한 연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채권과 주식을 너무 많이 사들여 시장을 교란시키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수익성 보장·사회적 합의 만만치 않아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 대해 수익성 우려, 국민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하는 쪽의 핵심 논거는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하나만 봐도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이라 임대료가 연체되어도 강제하기 어렵고, 임대료를 올려야 할 때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 수익률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시설에 투자한 뒤, 연금 지급을 위해 시설을 팔아야 할 때 제대로 된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연명 교수는 “20~30년 장기채권 투자 방식이기 때문에 3년 만기 국채보다는 수익률이 더 높다. 지금 전체적인 채권 수익률도 2~3%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등으로 그 정도 수익률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무적 수익만을 볼 게 아니라 복지시설투자로 발생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가입자 증가 등 사회적 수익이 클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한 돈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쓸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 교수는 “연기금은 가입자들이 자신이 저축한 돈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면 정부가 직접 투자하거나, 돈이 없으면 지금처럼 국채를 발행하고 연기금이 이를 사는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윤 연구위원도 “취지와 명분은 이해하겠지만, 추가적인 연기금 재정안정화 조처가 없는 한 결국은 미래세대에게 지급할 연금을 미리 갖다 쓰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2일 연기금 공공투자를 “포퓰리즘의 망령”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취지와 명분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신중한 실행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수익성 논란을 벌이기보다, 복지를 위해 수익률을 약간 희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데 고민과 전략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복지시설 투자로 사회적 수익 커” 반대쪽 “취약계층 사업이라 수익률 적어”
“미래세대의 연금 끌어다 쓰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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