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청소년에게 무료 복싱강습을 해주면서 선행을 베풀어온 서울 강서경찰서 신동선 경사가 제자인 최용수가 세계챔피언에 등극하자 무등을 태우고 기뻐하고 있다.
“복서 천사 시인도 좋지만 경찰관이 진짜”
“거창한 ‘봉사’라고 생각 안 합니다. 배운 기술로 권투 가르치고, 나 보다 못한 사람 돌보고, 시간 나면 시도 계속 쓰고 싶어요.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경찰관으로서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 그 한가지 입니다.”
서울 강서경찰서 신동선(50·정보2계) 경사는 봉사나 선행이라는 말에 고개부터 절래 절래 흔들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권투를 가르쳐 챔피언으로 길러내고, 월급을 털어 자신이 잡은 범인들의 가족을 돌봐 온 행동을 그저 작은 ‘선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료들과 강서구 주민들에게 신 경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인’이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애칭은 여러 가지인데, 그 첫째가 바로 ‘복서 경찰관’이다.
신 경사는 중 3때인 1972년부터 학교에서 권투를 배워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에도 5년 동안이나 현역 선수로 뛰었다. 85년 ‘제12회 대통령배 복싱대회 미들급 우승자’가 그의 최후 타이틀이다.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신경사는 강서구 화곡동 전화국 4거리 선일체육관 관장이 됐다. 주민들이 작은 돈을 푼푼이 보태 신 경사에게 체육관을 차려준 것이다. “배운 기술 썩히지 말고 불량한 애들 데려다 권투나 가르쳐 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문’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코치생활은 20년이나 이어졌다. 공장에 다니던 최용수씨는 더블유비에이(WBA)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이, 막노동꾼이었던 김종길씨는 슈퍼라이트급 동양태평양 챔피언이 됐다. 이 밖에도 동양태평양 웰터급챔피언 이승순, 한국라이트플라이급 1위 정을철, 주니어미들급 동양태평양 챔피언 정영길, 밴텀급 한국챔피언 이재희씨 등 모두 300여명의 선수들이 그에게 복싱을 배웠다. “아무래도 선수 보다는 코치가 적성에 맞나 봐요. 다들 ‘청출어람’(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는 뜻)이었죠.”
사람들이 두 번째로 부르는 그의 애칭은 ‘천사 경찰관’이다. 그는 85년 절도 피해자의 아내 등 산모 5명의 출산비와 2명의 자궁암 수술비를 마련해줬다. 자신이 붙잡은 범죄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새 직장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또 불우한 청소년 30여명의 학비를 남몰래 내주고, 영세민의 생활비로 3000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충북 청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뒤 신설동 구두닦이로 일 했어요. 고등학교도 9년만인 25살에 졸업했어요. 배고파 남의 집 밥 훔쳐 먹어 보기도 했어요.” 이런 그의 경험이 ‘어려운 이웃’에 대한 당연한 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그의 세번째 애칭은 ‘시인 경찰관’이다. 경찰로 일하며 그는 이상하게도 ‘감상적’이 됐단다. 시체를 보고, 강·절도에 살인 사건을 보면서 충격을 받아 인간의 삶에 대해 철저히 고민해 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들을 시로 담아냈고, 97년에는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해 <할미꽃>이란 시집도 냈다. ‘전과자’, ‘유치장’, ‘면회가는 길’등 시 제목에서부터 경찰생활에서 얻은 소재임이 드러난다.
그의 마지막 네번째 애칭은 ‘진짜 경찰관’이다. 권투코치에 봉사활동, 시 쓰기 등을 병행하면서도 경찰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87년~2000년까지 13년 동안 강력계 형사로 잏 하며 살인 8건(17명), 강도 72건(140명)을 해결하는 등 210건(700여명 검거)의 실적을 올렸다. 지금까지 받은 표창만 66차례다. “그래도 사람들이 ‘진짜 경찰관’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제일 좋더라구요. 좋은 경찰관, 좋은 이웃, 그것이면 된 거 아닌가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
그의 마지막 네번째 애칭은 ‘진짜 경찰관’이다. 권투코치에 봉사활동, 시 쓰기 등을 병행하면서도 경찰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87년~2000년까지 13년 동안 강력계 형사로 잏 하며 살인 8건(17명), 강도 72건(140명)을 해결하는 등 210건(700여명 검거)의 실적을 올렸다. 지금까지 받은 표창만 66차례다. “그래도 사람들이 ‘진짜 경찰관’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제일 좋더라구요. 좋은 경찰관, 좋은 이웃, 그것이면 된 거 아닌가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