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 제공 논란
SKT·KT·LGU “방침 없다”
수사기관 눈치보며 제공 의사
참여연대 “법 책임 없는데도…”
SKT·KT·LGU “방침 없다”
수사기관 눈치보며 제공 의사
참여연대 “법 책임 없는데도…”
에스케이(SK)텔레콤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회사들이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가 이른바 ‘회피연아’ 사건과 관련 대법원에서 승소한 이후에도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한겨레> 3월12일치 8면)고 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한겨레>가 14일 통신 3사에 ‘회피연아 사건 이후 네이버와 같은 정책을 취할 계획이 있느냐’고 문의한 결과, 3사 모두 “정부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는 통신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영장 의무화 등 관련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사와 인터넷 포털업체 등 ‘개인정보처리자’들은 정보·수사기관에 협조를 할 수는 있지만 통신자료를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통신자료 제공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 83조가 강제조항이 아닌 만큼 통신사들이 자료 제공 여부를 판단해 이에 응하지 않을 재량권이 있다는 게 2014년 헌법재판소의 해석이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이날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은 맞는 것 같지만, 지금 당장 그런 입장을 취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 쪽도 “새로운 규정이나 지침이 생길 때까지 전향적인 움직임을 취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케이티 역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14년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에 따라 포털 등 대부분의 전기통신사업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신자료에 포함되는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지만, 본인확인 기관으로 인정받은 통신사들은 가입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다. 사실상 ‘1인 1 휴대폰’ 시대에 휴대폰 가입자들의 주민번호 정보를 보유한 통신사들이 정보·수사 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응하면서, 고객들의 개인 정보보호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셈이다.
통신사들의 이런 태도는 “통신자료 제공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네이버의 태도와도 비교된다. 네이버는 지난 9일 대법원으로부터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에 대해 고객에게 손배해상을 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영장 없이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의 사생활과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협조라는 두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어떤 것이 우선이 돼야 하는지) 아직은 사회적 합의가 덜 됐다고 봤다”며 “합의가 이뤄져 규정이 생길 때까지 통신자료 제공에 응하지 않는 것이 이번 소송에서 불거진 것과 같은 법적 위험 등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공익법 센터의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수사기관 눈치만 보며 정작 중요한 고객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며 “외국 아이티(IT)기업이나 이번 네이버의 결정처럼 고객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통신사들이 단호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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