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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등산로 들개·주택가 멧돼지 재개발의 역습

등록 2016-03-14 21:45

버려지는 반려견 한해 7천마리
야생화해 북한산 자락에 정착
서식지 잃은 멧돼지 인가 출몰
서울시 환경부 집중포획 나서
올해 1월5일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둘레길을 걷던 등산객들은 깜짝 놀랐다. 멧돼지 한 마리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람을 다치게 했던 멧돼지와 달리, 이번 멧돼지는 다행히 방향을 바꿔 주택가로 내려갔다. 등산객과 주민의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과 서울시 멧돼지 출현 방지단이 출동했다. 주위를 샅샅이 뒤진 끝에 다음날 오전 11시40분께 인근 야산에서 사살할 수 있었다. 몸길이 1m, 무게 90㎏짜리 수컷 멧돼지였다.

북한산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는 건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들개가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떠돌이 유기견이 야생화되고 무리지어 다니며 멧돼지의 서식장소까지 점령해 멧돼지를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들개 떼는 먹이를 찾아 등산로는 물론 북한산 인근 주택가까지 내려가 고양이를 해치고 등산객과 주민을 위협한다.

더 큰 문제는 들개 서식 범위가 북한산에서 인왕산·백련산·관악산 등으로 무장 넓어진다는 점이다. 광견병 확산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북한산에서 86마리의 유기견을 포획한 점에 비춰 서울의 들개 수를 약 140마리로 추정할 뿐 정확한 개체수 파악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에선 매해 7000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새로 생겨난다. 특히 재개발 지역에서 버려진 개들이 주인을 기다리다 야생화되고 있어 ‘개발의 역습’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시는 등산객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들개와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14~27일 2주 동안 종로·은평·서대문 등 7개 자치구에서 들개 50마리를 포획할 계획이다. 집중 포획하는 지역은 북한산과 인왕산 등 야산과 주택가 인접지대다.

시는 최근 5년 동안 북한산에서 322마리를 잡는 등 모두 417마리의 들개를 포획했다. 주로 포획 틀을 활용해왔지만 들개들이 포획 틀을 피하는 법을 학습하면서 개체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집중포획 기간엔 포획전문가를 투입해 마취총도 사용하는 까닭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고통과 스트레스가 가장 작은 방법으로 포획, 구조해 유기동물에 준해 보호조치할 계획이다.

시는 북한산에 사는 120여마리의 멧돼지 중 50마리도 올 연말까지 포획할 계획이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시범 추진하는 멧돼지 집중관리 프로젝트를 통해 연평균 멧돼지 출현 건수를 110건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내 6개 자치구에는 연평균 152건의 멧돼지 출현이 있었다.

환경부는 공단과 함께 포획장, 포획틀을 설치해 멧돼지 수도 조절할 방침이다. 시는 자치구 허가를 받은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원을 비롯한 엽사들로 기동포획단을 꾸려 북한산국립공원 바깥에 출몰한 멧돼지를 포획한다. 멧돼지 도심 진입 경로로 확인된 구기터널 상부에는 철제 펜스를 설치해 도심 이동을 차단하는 등 피해 예방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시민들도 들개에게 먹이를 주지 말고, 포획틀에 잡힌 들개를 풀어줘선 안 된다.

북한산, 관악산처럼 깊은 산에 둘러싸인 수도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유기견→들개→멧돼지 도심 출몰’ 증가와 같은 생태계 교란의 시작이 인간계에서 가능했던 이유다. 김창보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시민안전과 광견병 등 전염병 발생 예방, 생태계 교란 방지 등을 위해 들개를 집중 포획하기로 했다”며 “유기견이 들개가 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등록하는 등 책임감 있게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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