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건강검진 받는 여성을 성추행한 의사를 기소하면서, 이를 방조한 의혹을 사는 병원 경영진은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부장 이정현)는 2013년 10~11월 서울 ㅎ의원에서 내시경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여성 3명을 성추행한 혐의(준유사강간죄)로 의사 양아무개(58)씨를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양씨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여받고 잠든 여성들의 성기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ㅎ의원은 건강검진 전문 병원으로 한해 수만명이 검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양씨와 함께 고발당한 재단 이사장 이아무개씨와 상무 이아무개씨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범행을 알면서도 고의로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병원 쪽에서 양씨의 성추행 문제를 인지하고 자체적인 조사에 나서는 등 나름의 해결 노력을 기울였다”며 “법적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발인인 여성변호사회는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며 항고 의사를 밝혔다. 노영희 여성변회 이사는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이사장과 상무는 양씨의 성추행 사실을 인지한 즉시 그를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주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문제를 알고도 11월 말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씨는 병원 쪽이 조사에 나선 2013년 10월 중순부터 퇴직 조치를 당하기 전인 11월 말까지 한 달 이상 같은 업무를 맡았다. 이 때문에 양씨의 3차례 성추행 가운데 2차례가 11월 초·중순에 발생했다.
여성변회는 병원 쪽이 건강검진 성수기인 연말을 피하려고 일부러 늑장 조치를 했다는 주장도 폈다. “병원 경영진이 양씨가 다른 의사보다 내시경을 빨리 본다는 이유로 그를 일찍 사임시키지 않고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변회는 지난 1월18일 강제추행과 모욕죄, 방조 등의 혐의로 양씨와 병원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이달 3일 양씨를 구속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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