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전무·홍보이사 횡령·배임 혐의
인허가·선수선발권 이용 잇속 챙겨
체육계 ‘정책 반대 표적수사’ 의심속
“학연·지연 만연…터질게 터졌다” 반응
인허가·선수선발권 이용 잇속 챙겨
체육계 ‘정책 반대 표적수사’ 의심속
“학연·지연 만연…터질게 터졌다” 반응
횡령·뒷돈수수·국가대표 선발청탁 등 대한수영연맹을 중심으로 한 수영계의 전방위적 비리 행태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체육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수영연맹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 데 대한 표적 수사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2일 대한수영연맹 임원 등의 비리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대한수영연맹과 강원도수영연맹 등을 압수수색한 지 한달여 만이다. 검찰은 정아무개 연맹 전무이사와 이아무개 홍보이사 등 수영연맹 임원 10명을 횡령 및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하고, 수영 관련 업체 대표 4명도 임원들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수사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에 반대하는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을 손보기 위한 수사라는 의심을 받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단체 통합에 가장 크게 반발한 이가 바로 대한체육회 통합준비위원장을 맡은 이 회장인 탓이다. 검찰은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임원들의 비리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달 초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특정인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혐의점이 없어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영연맹을 장악한 임원들은 각종 인허가권과 선수 선발권 등을 이용해 본인 잇속을 챙겼다. 연맹 시설이사인 이아무개씨는 2007년부터 올해 2월까지 강원도청 등으로부터 받은 선수 훈련비 등 13억2000여만원을 횡령했고, 총무이사 박아무개씨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인의 사설 수영클럽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해 달라며 전무이사 정씨에게 2억원을 건넸다.
임원 및 수영감독 자리를 놓고도 뒷돈이 오갔다. 박태환 스승으로 알려진 노민상 전 수영감독은 2009년 전무이사 정씨에게 서울시 수영팀 감독 선임을 대가로 1억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노씨는 금품을 건넨 시점이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되지 않았다.
수영계 안팎에선 이런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학연·지연 및 사제, 선후배 관계 등으로 맺어진 폐쇄적 구조를 지적한다. 실제 전무이사 정씨는 15년 동안 계속 자리를 유지했고, 이아무개와 박아무개씨는 시설이사와 총무이사를 각각 14년 동안 지냈다.
검찰은 “장기간 지속된 비리에도 불구하고, 연맹 내부는 물론 지자체나 관계부처의 통제·감사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구조적 비리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송금증의 경우 결제 일자가 ‘3월33일’, ‘20012년’으로 적힐 정도로 관리·감독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선수·지도자 선발, 선수계약과 급여·지원금 지급, 수영장 시설 공인인증의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수영연맹 수사 발표에 대해 체육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 경기단체의 ㄱ사무국장은 “수영연맹의 비리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문제가 있다. 대부분 중앙 경기단체의 경우 문체부나 체육회의 감사를 자주 받아 비리 개선 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지역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이번을 계기로 경기단체들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김경무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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