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출입·국민·농협, 수백억 대출 로비 의혹

검찰, 브로커 3명 구속…뒷돈 수사

한 터치스크린 생산업체가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벌인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는 터치스크린 생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도운 뒤 이 중 일부를 가로챈 혐의(특가법의 알선수재)로 브로커 최아무개(51)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최씨 등은 2012년 말 디지텍시스템스 남아무개(41) 이사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뒤 산업은행 250억원, 수출입은행 300억원, 케이비(KB)국민은행 263억원, 농협 50억원 등의 대출을 알선하고 무역보험공사가 50억원어치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도록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출 대가로 2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산업은행 직원 이아무개(49)씨를 최근 구속했다. 검찰은 다른 은행 담당자들에게도 뒷돈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2월 기업 사냥꾼에게 인수된 뒤 횡령 등의 사건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이 회사를 사들인 기업 사냥꾼들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메우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2014년 무더기로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을 20일 전 구속해 수사 중이며, 은행 담당자 소환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