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나눔의 집’은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44명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에 살고 있는 하상숙(89) 할머니를 위해 병원비 1천만원을 후원했다.
하 할머니는 지난달 중국인 이웃과 말다툼을 벌이다 2층 계단에서 밀려 넘어지면서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하 할머니가 최근 의식을 회복했으나 부러진 갈비뼈가 폐에 염증을 일으켜 여전히 대화는 어려운 상태”라며 “상태가 좋아지면 본인과 가족의 희망대로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27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하 할머니는 예산에서 살던 44년 17살 때 일본군 위안부 모집책에게 끌려가 경성(서울)·평양·단둥·신의주·톈진·난징·우후를 거쳐 후베이성 우한 한커우의 일본군 위안소에서 8개월 가까이 수용생활을 했다. 45년 8월 일본의 패망으로 풀려난 하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수치를 당한 몸으로 고향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며 현지에 남아 중국인과 결혼했다.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그는 남편의 아이 셋을 친자식처럼 길렀고, 94년 사별한 뒤부터는 막내딸과 함께 지내왔다.
하 할머니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인 47년 임시 국적인 ‘조선적’을 받았으나 한국전쟁 이후에도 중국 귀화를 거부한 채 무국적으로 살아오다 94년에야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현재 중국에 남은 한국계 위안부 할머니 3명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국적을 지닌 그는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돼 있다. 여성가족부는 하루 200만원에 이르는 하 할머니의 병원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