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않는 낡은 장비 억울한 죽음 없어야” 신동열
“작동않는 낡은 장비 억울한 죽음 없어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죠”
스무살 꽃다운 나이의 외동딸을 어처구니 없는 화재로 잃은 40대 아버지가 ‘딸의 이름으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신동열(43·회사원)씨가 딸 민주(19)씨를 잃은 것은 지난달 6일 새벽 3시37분께. 경기 군포시 산본새도시 중심상가에 있는 삼일빌딩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민주씨는 3층 노래방 화재로 인한 연기에 질식된 채 8층 옥상에서 발견됐다. 42분 동안의 화재가 진압된 뒤에야 발견된 민주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6일만에 숨졌다.
연한넘긴 사다리차 안펴져
구조대원 수도 턱없이 부족 대학편입을 준비하던 민주씨는 가난한 부모에게 편입비 부담까지 줄 수 없다며 방학 중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새 알바생이 올 때까지 며칠 더 일한다고 하던 것을 말렸어야 했는데…” 신씨는 눈물을 지었다. 신씨가 지난 17일부터 경기도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딸을 잃은 데 대한 울분 뿐 아니라 앞으로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는데도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고 당일 화재 현장에 출동한 군포소방서 고가사다리차는 애타게 구조를 바라는 사람 앞에서 작동이 되지 않았다. 또 구조대원들이 펼친 에어메트는 공기가 덜 주입돼, 이를 모르고 고층에서 뛰어내렸던 대피객들은 줄줄이 팔과 다리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군포소방서는 “고가사다리차가 펼쳐지지 않은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지면이 평평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차량이 노후화돼서인지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정한 고가사다리차의 내구연한은 6년, 소방방재청이 정한 내구연한은 12년. 그러나 이날 출동한 고가사다리차는 무려 13년이 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평상시 점검 중에도 작동하지 않아 교체가 시급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조대원만 좀 더 있었으면…”하고 인원 부족을 하소연했다. 그는 “당시 구조대원은 4명이었는데 2명은 에어메트를 펼쳤고 2명은 빌딩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지만 연기 속에서 신양을 발견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맞교대를 하며 대기 중인 구조대원은 5명. 서울의 소방서 한곳당 평균 10명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12년 내구연한을 넘긴 고가사다리차는 전체 33대 가운데 3대이며, 굴절사다리차는 30대 가운데 6대다. 경기도의 자체 규정 6년을 적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의 경우는 경기도보다 더 열악하지만, 각 시도의 소방차 구입 예산 배정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반면 소방방재청장과 도지사, 지방의회 의장 등의 차량은 내구연한 5년을 정확히 적용해 신형차로 바꾸고 있다. 23일 신씨는 “병원에 누웠을 때나 지금이나 딸을 위해 해줄 게 없어 서글프다”며 “죽은 민주와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는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되뇌었다. 군포/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구조대원 수도 턱없이 부족 대학편입을 준비하던 민주씨는 가난한 부모에게 편입비 부담까지 줄 수 없다며 방학 중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새 알바생이 올 때까지 며칠 더 일한다고 하던 것을 말렸어야 했는데…” 신씨는 눈물을 지었다. 신씨가 지난 17일부터 경기도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딸을 잃은 데 대한 울분 뿐 아니라 앞으로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는데도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고 당일 화재 현장에 출동한 군포소방서 고가사다리차는 애타게 구조를 바라는 사람 앞에서 작동이 되지 않았다. 또 구조대원들이 펼친 에어메트는 공기가 덜 주입돼, 이를 모르고 고층에서 뛰어내렸던 대피객들은 줄줄이 팔과 다리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군포소방서는 “고가사다리차가 펼쳐지지 않은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지면이 평평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차량이 노후화돼서인지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정한 고가사다리차의 내구연한은 6년, 소방방재청이 정한 내구연한은 12년. 그러나 이날 출동한 고가사다리차는 무려 13년이 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평상시 점검 중에도 작동하지 않아 교체가 시급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조대원만 좀 더 있었으면…”하고 인원 부족을 하소연했다. 그는 “당시 구조대원은 4명이었는데 2명은 에어메트를 펼쳤고 2명은 빌딩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지만 연기 속에서 신양을 발견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맞교대를 하며 대기 중인 구조대원은 5명. 서울의 소방서 한곳당 평균 10명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12년 내구연한을 넘긴 고가사다리차는 전체 33대 가운데 3대이며, 굴절사다리차는 30대 가운데 6대다. 경기도의 자체 규정 6년을 적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의 경우는 경기도보다 더 열악하지만, 각 시도의 소방차 구입 예산 배정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반면 소방방재청장과 도지사, 지방의회 의장 등의 차량은 내구연한 5년을 정확히 적용해 신형차로 바꾸고 있다. 23일 신씨는 “병원에 누웠을 때나 지금이나 딸을 위해 해줄 게 없어 서글프다”며 “죽은 민주와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는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되뇌었다. 군포/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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