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판사님의 ‘은밀한 재테크’

등록 2016-03-25 01:07수정 2016-03-25 01:07

5억 원금보장·이자 연 12% 조건
프리랜서 투자자와 일종의 ‘사채계약’
연 이자 수익 6000만원 달하는데
‘음성적 거래’ 탓 세금 안내
부모 명의로 ‘명의신탁’ 의혹도
프리랜서인 증권 트레이더 ㄱ씨는 지난해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ㄴ부장판사의 집무실을 찾았다. 한 증권사 부장의 소개로 알게 된 ㄴ부장판사는 기다렸다는 듯 준비한 계약서를 ㄱ씨에게 내밀었다.

‘시스템 사용 및 공동투자 계약서’의 내용은 이랬다. ㄴ판사가 ㄱ씨에게 5억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빌려주는 대신 ㄱ씨는 ㄴ판사에게 ‘원금+연 12%대 이자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자수익이 연 6천만원에 이르는 일종의 ‘고금리 사채’ 계약이었다.

트레이더는 ㄴ판사가 빌려준 계좌에 보증금으로 1억원을 입금해야 하지만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권한은 판사한테만 있었다. 또 계좌 잔액이 원금(5억원) 밑으로 떨어지면 거래는 바로 중지됐다. ㄴ판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거의 없는 완벽한 재테크였다. 이 거래는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자산가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판사의 경우 신분이 확실해 이자율이 1% 정도 더 붙는다.

ㄴ판사는 1~2년 전부터 이런 거래를 여러 건 해왔다고 한다. 부모 명의로 된 계좌를 이용했지만, 계약은 주로 자신이 체결했다. 그는 지금도 똑같은 내용의 거래를 3건 진행하고 있다. ㄴ판사는 지난 23일 <한겨레>와 만나 “내 이름으로 거래를 하면 공직자로서 문제가 될 것 같아 안 한다.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내가 주식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좌에 있는 돈은 모두 어머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ㄴ판사는 ㄱ씨와 계약할 때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말을 했다고 한다. ㄱ씨는 <한겨레>와 만나 “내가 추가 투자할 뜻이 있냐고 물었더니 ‘내가 자금이 있으면 (추가 투자하겠다.) 나도 이런 걸 많이 해보니까 (금액을) 크게 하는 게 편하다’고 답했다. 본인 명의로 하면 문제가 있어서 부모 명의로 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ㄴ판사의 거래는 탈세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이자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1년에 5천만~6천만원의 이자소득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결국 세금도 내지 않고, 음성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ㄴ판사는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때 세금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나. 물론 나는 공직자니까, 세금 안 내는 게 꼭 맞다고 얘기할 순 없겠지만. 이자소득이 문제가 되면, 나중에 세금 신고할 때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ㄴ판사는 이런 거래로 인해 수사당국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ㄴ판사와 계약을 맺은 한 트레이더가 무등록 상태에서 투자행위를 한 혐의(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 위반)로 검찰에 기소됐기 때문이다. ㄴ판사는 “검찰에서 당시 트레이더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물어봐서 설명해줬다. 수사에 협조해준 것뿐 나는 (범죄와)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ㄴ판사와 거래했던 한 증권가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평소 ㄴ판사가 주식 투자하는 걸 보면 상당히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같은 전문가들도 모르는 정보라 오히려 우리가 (판사에게) 물어보고 그랬다. 증권가에서도 가진 사람들끼리 형성된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서영지 오승훈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