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관련 단체들은 교육부가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등록금에서 소송비용을 댈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낸 한 배경에는 교육부와 사립대학의 오랜 유착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 돈 7500만원을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수원대 이인수 총장이 2월15일 오전 첫 공판에 앞서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수원/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뉴스분석 왜?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
▶ 교육부가 사립대 소송 비용을 등록금에서 낼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에 배치되고 대법원 판례는 물론 그동안의 교육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인수 총장은 학교 돈 7500만원을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재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왜 하필 지금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을까?
#1. “대학총장과 골프 친 적이 있지요?”
2013년 10월에 열린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 녹취록을 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 박아무개 감사관에게 이같이 묻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박 감사관은 (관련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 안 의원이 말한 대학총장이란 고운학원 소유의 수원과학대 박철수 총장을 일컫는다. 교육부는 2012년 3월 수원과학대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안 의원은 국정감사 때 수원대 관계자로부터 박 총장이 감사를 앞두고 박 감사관과 골프를 쳤다는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 두 달 뒤인 2013년 12월, 교육부가 수원대와 고운학원에 대한 감사를 앞둔 시점에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양정인의 밤’ 행사에서 그해 ‘자랑스런 양정인’으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행사에서 서 장관은 수원대 이인수 총장을 만났다. 둘은 양정중 동기동창(54회)이다. 양정총동창회에 1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하는 등 동창회 운영에 입김이 세다고 알려진 이 총장은 이날 행사에서 건배 제의를 하기도 했다. 수원대 직원들은 이날 행사 진행을 도왔다고 한다.
#3. 국회 교문위 소속으로 거의 유일하게 3년 내내 수원대 비리를 고발해온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2014년 교육부 국감 당시 한 교육부 관료에게 ‘수원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로 33건의 비위사실이 적발됐는데도 감사 처분이 다 경고냐? 징계할 사안이 아니냐?’고 물었다”고 했다. 교육부 관료는 “에이~ 의원님 아시잖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여당 대표를 친구로 두고, 조선일보와 사돈간인 이인수 총장은 교육부도 어쩌지 못한다는 뉘앙스로 들렸다”며 씁쓸해했다. 실제 교육부 감사를 통해 사망한 법인 이사장이 회의를 주재했다고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하는 등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사립학교법 위반 사항들이 줄줄이 적발됐지만 처분은 징계(중징계인 파면·해임·정직과 경징계인 감봉·견책으로 구분)가 아닌 경고와 주의에 그쳐 시민단체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등록금으로 소송경비 쓸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통과될 경우 법 29조 무력화되고
학교비리 공익제보자 겨눈
학교 쪽 소송도 ‘학생 돈’으로 마침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관련 건으로 재판받으며
“교육부, 법적 미비 인정한 것” 주장
최근 4년 교육부 관료 28명 대학 이직
사학과 오랜 유착이 낳은 ‘이인수법’ 등록금을 소송경비에 쓴다고? 교육부는 한국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슈퍼 갑’으로 불린다. 교육부 1년 예산은 50조원이 넘는다. 그중 대학 지원금만 한 해 8조6520억원(2014년 기준)에 이른다.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부터 지원까지 교육부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중앙부처가 지원과 규제로 소관 업무가 나뉜 데 비해 교육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가진 몇 안 되는 부처다. 교육부 정책에 따라 사립대학들의 명운이 갈린다. 사립대학들이 전직 교육부 관료 이른바 ‘교피아’(교육 관료+마피아)들을 고위급으로 모셔가는 이유다. 지난 3일에도 사립대학들의 이목은 교육부로 쏠렸다. 교육부가 사립학교가 ‘교직원 인사 및 학교운영과 관련된 소송경비 및 자문료’를 교비회계인 등록금에서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제13조 제2항 및 제4항 개정)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즉각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이인수 지원법’, ‘사학비리 옹호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인수 총장은 학교 돈 7500만원을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재판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비리사학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29조는 대학회계를 학교법인회계(법인 일반회계와 수익사업회계로 구분)와 교비회계(등록금회계 및 비등록금회계로 구분), 부속병원회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비회계 수입은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교육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교육부 개정안은 하위 명령인 시행령에서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발효된다.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배경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상위법인 사립학교법 제29조는 무력화된다. 학교법인의 잘못된 인사나 운영을 공익제보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교직원이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도 사학재단은 소송경비를 학생 교육을 위해 써야 할 등록금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사립학교법 제29조에 근거해 교비회계로 소송비용을 지출한 사학들을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수원대, 부천대 등 7개 대학은 교육부 감사에서 이런 위반 사항이 적발돼 경고 및 시정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대법원도 학교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 교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성아무개 전 순천제일대 총장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교비회계의 세출에 포함되는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라며 ‘업무상 횡령’이라고 판시했다.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학교육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 “불투명한 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지금도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에 기인한 송사 또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학비리 단절에 나서야 할 교육부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진후 의원은 “전국 70여개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에서 소송비용(77여억원)을 갖다 쓴 현황을 취합해보니 대부분 내부고발을 한 교직원과의 소송이 주를 이뤘다. 내부 비리를 제기한 교직원을 탄압하는 용도로 등록금이 쓰인 건데 교육부가 이를 합법화해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의견 제출 마감일이 총선 하루 전 교육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4월12일까지 찬반 의견수렴을 받아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추진 일정도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교조 사립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 마감일을 총선 하루 전인 4월12일로 지정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 총선에 집중되는 시기를 틈타 형식적으로 의견 수렴, 총선 직후 슬그머니 발표, 시행함으로써 비판 여론의 화살을 피해보겠다는 꼼수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4일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반값등록금실현국민본부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비리를 더욱 부추길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시행령을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사학비리에 연루되거나 사학비리를 두둔한 인물은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황우여 전 교육부 총리를 낙천 명단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교육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서 “이번 개정안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여대총장협의회 등 22개 기관에서 요구한 것”이라며 “소송비는 비등록금회계에서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에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성명서를 내 교육부의 해명을 재차 반박했다. 이들은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 모두 인재양성과 연구수행을 위하여 학생·학부모(등록금회계) 또는 정부·사회 각계(비등록금회계)에서 모아준 돈”이라며 “(그런데도) 교육부는 비등록금회계를 법인의 눈먼 돈인 듯 취급하며 법인이 지출해야 할 소송 비용으로 당겨 쓰는 것을 허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교육부는 (법인 관련 소송비를) 비등록금회계에서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기존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를 하거나 해명한 내용으로 입법예고를 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단체들은 하나같이 왜 하필 지금 시점에 교육부가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시행령 개정안을 냈는지 그 취지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소송비용을 학교 돈으로 지출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립대 총장 살리기’ 아니냐는 것이다. 상지대 비리를 줄곧 제기해온 같은 대학의 정대화 교수는 “이인수 총장이 정식재판에 회부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 사후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면 법은 이미 죽은 것과 진배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단체 중에 수원대는 없었다. 특정 인사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배임,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40건의 혐의로 고발된 이 총장에 대해 지난해 수원지검은 학교 돈 7500만원을 빼돌려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에 대해서만 200만원으로 약식기소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불기소했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이인수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안대로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총장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 총장 쪽 변호인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2월1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총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 총장 쪽 변호인인 박영훈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피고인(이 총장)이 교비회계로 지출했다는 변호사 비용은 학교교육에 필요한 직접 경비”라며 “이 사건의 쟁점은 변호사 비용을 법인회계로 지출해야 하느냐, 교비로 지출해야 하느냐는 건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뒤 열린 지난 14일의 2차 공판에서 박 변호사는 재판 시작과 동시에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론하며 이는 교육부도 법적 미비를 인정한 것이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무죄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날 이 총장 쪽은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으로 일했던 신아무개씨를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씨는 최근 한 사립대학 교수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전직 관료를 증인 신청 2014년 신학용 의원(국민의당)이 발표한 ‘최근 4년(2010년 1월~2014년 1월) 동안 교육부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재취업 현황’을 보면, 이 기간에 퇴직한 40명 중 28명이 대학 총장, 교수, 대학 부속시설 등으로 재취업했다. 이 중 대학 총장이 4명, 교수 임용자가 15명, 기타 대학 부속시설이나 협력단체 등에 영입된 사람이 9명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2명도 대부분 한국장학재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연구재단 등 교육부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시 22회 출신인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대학지원국 국장, 차관을 거쳐 2012년 사립대인 위덕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3년 정권이 바뀌자 43대 교육부 장관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장관마저도 교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2014년 안전행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기관에 비영리기관인 대학과 학교법인 등도 포함시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퇴직 관료가 대학교수로 취업할 수 있는 건 계속 허용했다. 실질적인 교피아 척결을 위해서는 취업 제한 대상에 대학교수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고 했다. 사립대학과 오랜 유착관계를 보여온 교육부가 사학비리 척결에 나서길 바라는 건 진정 무망한 일일까? 시행령에 대한 찬반 의견은 4월12일까지 교육부 전화(044-203-6930) 및 팩스(044-203-6909), 전자우편 등으로 보낼 수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한겨레> 토요판은 사학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수원대를 비롯한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더 많은 제보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vino@hani.co.kr.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통과될 경우 법 29조 무력화되고
학교비리 공익제보자 겨눈
학교 쪽 소송도 ‘학생 돈’으로 마침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관련 건으로 재판받으며
“교육부, 법적 미비 인정한 것” 주장
최근 4년 교육부 관료 28명 대학 이직
사학과 오랜 유착이 낳은 ‘이인수법’ 등록금을 소송경비에 쓴다고? 교육부는 한국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슈퍼 갑’으로 불린다. 교육부 1년 예산은 50조원이 넘는다. 그중 대학 지원금만 한 해 8조6520억원(2014년 기준)에 이른다.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부터 지원까지 교육부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중앙부처가 지원과 규제로 소관 업무가 나뉜 데 비해 교육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가진 몇 안 되는 부처다. 교육부 정책에 따라 사립대학들의 명운이 갈린다. 사립대학들이 전직 교육부 관료 이른바 ‘교피아’(교육 관료+마피아)들을 고위급으로 모셔가는 이유다. 지난 3일에도 사립대학들의 이목은 교육부로 쏠렸다. 교육부가 사립학교가 ‘교직원 인사 및 학교운영과 관련된 소송경비 및 자문료’를 교비회계인 등록금에서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제13조 제2항 및 제4항 개정)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즉각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이인수 지원법’, ‘사학비리 옹호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인수 총장은 학교 돈 7500만원을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재판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비리사학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29조는 대학회계를 학교법인회계(법인 일반회계와 수익사업회계로 구분)와 교비회계(등록금회계 및 비등록금회계로 구분), 부속병원회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비회계 수입은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교육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교육부 개정안은 하위 명령인 시행령에서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발효된다.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배경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상위법인 사립학교법 제29조는 무력화된다. 학교법인의 잘못된 인사나 운영을 공익제보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교직원이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도 사학재단은 소송경비를 학생 교육을 위해 써야 할 등록금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사립학교법 제29조에 근거해 교비회계로 소송비용을 지출한 사학들을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수원대, 부천대 등 7개 대학은 교육부 감사에서 이런 위반 사항이 적발돼 경고 및 시정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대법원도 학교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 교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성아무개 전 순천제일대 총장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교비회계의 세출에 포함되는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라며 ‘업무상 횡령’이라고 판시했다.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학교육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 “불투명한 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지금도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에 기인한 송사 또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학비리 단절에 나서야 할 교육부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진후 의원은 “전국 70여개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에서 소송비용(77여억원)을 갖다 쓴 현황을 취합해보니 대부분 내부고발을 한 교직원과의 소송이 주를 이뤘다. 내부 비리를 제기한 교직원을 탄압하는 용도로 등록금이 쓰인 건데 교육부가 이를 합법화해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의견 제출 마감일이 총선 하루 전 교육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4월12일까지 찬반 의견수렴을 받아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추진 일정도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교조 사립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 마감일을 총선 하루 전인 4월12일로 지정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 총선에 집중되는 시기를 틈타 형식적으로 의견 수렴, 총선 직후 슬그머니 발표, 시행함으로써 비판 여론의 화살을 피해보겠다는 꼼수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4일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반값등록금실현국민본부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비리를 더욱 부추길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시행령을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사학비리에 연루되거나 사학비리를 두둔한 인물은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황우여 전 교육부 총리를 낙천 명단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교육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서 “이번 개정안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여대총장협의회 등 22개 기관에서 요구한 것”이라며 “소송비는 비등록금회계에서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에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성명서를 내 교육부의 해명을 재차 반박했다. 이들은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 모두 인재양성과 연구수행을 위하여 학생·학부모(등록금회계) 또는 정부·사회 각계(비등록금회계)에서 모아준 돈”이라며 “(그런데도) 교육부는 비등록금회계를 법인의 눈먼 돈인 듯 취급하며 법인이 지출해야 할 소송 비용으로 당겨 쓰는 것을 허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교육부는 (법인 관련 소송비를) 비등록금회계에서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기존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를 하거나 해명한 내용으로 입법예고를 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단체들은 하나같이 왜 하필 지금 시점에 교육부가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시행령 개정안을 냈는지 그 취지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소송비용을 학교 돈으로 지출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립대 총장 살리기’ 아니냐는 것이다. 상지대 비리를 줄곧 제기해온 같은 대학의 정대화 교수는 “이인수 총장이 정식재판에 회부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 사후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면 법은 이미 죽은 것과 진배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단체 중에 수원대는 없었다. 특정 인사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배임,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40건의 혐의로 고발된 이 총장에 대해 지난해 수원지검은 학교 돈 7500만원을 빼돌려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에 대해서만 200만원으로 약식기소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불기소했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이인수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안대로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총장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 총장 쪽 변호인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2월1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총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 총장 쪽 변호인인 박영훈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피고인(이 총장)이 교비회계로 지출했다는 변호사 비용은 학교교육에 필요한 직접 경비”라며 “이 사건의 쟁점은 변호사 비용을 법인회계로 지출해야 하느냐, 교비로 지출해야 하느냐는 건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뒤 열린 지난 14일의 2차 공판에서 박 변호사는 재판 시작과 동시에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론하며 이는 교육부도 법적 미비를 인정한 것이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무죄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날 이 총장 쪽은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으로 일했던 신아무개씨를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씨는 최근 한 사립대학 교수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전직 관료를 증인 신청 2014년 신학용 의원(국민의당)이 발표한 ‘최근 4년(2010년 1월~2014년 1월) 동안 교육부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재취업 현황’을 보면, 이 기간에 퇴직한 40명 중 28명이 대학 총장, 교수, 대학 부속시설 등으로 재취업했다. 이 중 대학 총장이 4명, 교수 임용자가 15명, 기타 대학 부속시설이나 협력단체 등에 영입된 사람이 9명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2명도 대부분 한국장학재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연구재단 등 교육부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시 22회 출신인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대학지원국 국장, 차관을 거쳐 2012년 사립대인 위덕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3년 정권이 바뀌자 43대 교육부 장관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장관마저도 교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2014년 안전행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기관에 비영리기관인 대학과 학교법인 등도 포함시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퇴직 관료가 대학교수로 취업할 수 있는 건 계속 허용했다. 실질적인 교피아 척결을 위해서는 취업 제한 대상에 대학교수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고 했다. 사립대학과 오랜 유착관계를 보여온 교육부가 사학비리 척결에 나서길 바라는 건 진정 무망한 일일까? 시행령에 대한 찬반 의견은 4월12일까지 교육부 전화(044-203-6930) 및 팩스(044-203-6909), 전자우편 등으로 보낼 수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한겨레> 토요판은 사학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수원대를 비롯한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더 많은 제보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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