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알 김치’ 파장 확산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 알까지 나온 중국산 김치의 ‘후폭풍’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국산 배추값 폭등 조짐이 나타나고, 소규모 식당 등이 당장 타격을 입는 등 생산과 유통, 소비 등 각 부문에서 다양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당국은 중국 김치에 대해 전면 통관보류 및 판매금지 조처를 내리고 전수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나, 전체 김치 판매량의 18%인 중국 김치에 대한 검사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폭등하는 배추값=중국산 김치가 전면 통관보류 되면서 가뜩이나 오른 국산 배추값이 더욱 치솟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한정식 업자는 23일 “중국산 김치 파동 때문에 배추값이 한 포기에 무려 7천원까지 하는 것도 있더라”라며 “그렇지만 매일 나가는 김치를 안 담글 수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기생충 알 검출 사실이 알려진 21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배추 5t의 경락가는 650만5천원을 보였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평균값 192만9천원에 견줘 3배가 넘는수준이다.
특히 이번 파동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식당들은 서민들에게 저렴한 값으로 식사를 제공하던 영세식당들이어서, 이 파동이 장기화할 경우 서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업자들은 되레 중국산 김치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 관계자는 “김치 파동으로 국산 배추 원료가 오르는데다, 통관보류까지 이뤄지니 값싼 김치를 공급받지 못한 식당업자들은 되레 김치를 더 사려고 안달”이라고 말했다. 김치 수입업체인 ㅎ교역의 전아무개 이사는 “아무래도 싼 맛에 중국산 김치를 사니까, 거래업체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냥 기존 업체랑 거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늘어난 중국 김치, 부족한 검역인력=이날 농림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김치 수입물량은 8만5296t으로 작년 동기보다 79.1% 늘었다. 특히 수입 김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은 8만5266t으로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1%가 증가해 이미 작년 연간 수입물량도 뛰어넘었다. 올해 수입된 중국산 김치 물량은 우리 국민 1인당 1.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중국 김치의 납 파동이 나자 김치를 포함해 9개 식품을 집중검사 대상 품목으로 정했다. 또 기생충 검출 파동 뒤 기생충 검사는 전수검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김치는 4건당 1건씩 무작위 추출돼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기생충 검사는 전수로 받아야 한다. 현재의 식약청 검사인력으로 엄청난 양의 중국 김치에 대해 이런 정밀검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김치에 대한 통관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중국 김치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단체급식이나 영세식당에 대한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곤 이정애 기자 g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