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실형선고뒤 빚 갚아…법 몰라 고소 대신 항소취하
공판부 검사 노력 항소심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아
공판부 검사 노력 항소심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아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법정구속을 면했으나 법원 직원의 실수로 옥살이를 할 뻔한 30대 여성 가장이 검찰의 노력으로 구제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두 딸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던 김아무개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200만원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해 연대보증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1심 재판장은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도 “빚을 갚고 합의하라”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징역을 살지 않기 위해 일단 항소를 한 김씨는 피해자에게 빚을 갚은 뒤 고소취하서를 들고 법원을 찾아갔다. 법률지식에 어두운 김씨는 “항소를 취하하러 왔냐”는 법원 직원의 말에 “그렇다”고 답한 뒤 고소취하서가 아닌 항소취하서를 썼다. 스스로 항소를 취하했으니 김씨는 1심 판결대로 징역형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형 미집행자 검거에 나선 수원지검 집행계 직원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며 눈물만 흘리는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서는 ‘선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집행계 직원들로부터 사정을 전해들은 공판부 정희도(39·사법시험 41회) 검사는 상소권회복을 청구하도록 했으며, 담당 판사는 검사의 요청대로 일단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이어 김씨가 항소를 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상소권회복 청구가 기각되자, 정 검사는 다시 법전을 뒤적여, 항소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중요한 착오 등으로 항소가 취하됐을 경우 이를 무효로 하고 소송을 계속하도록 하는 ‘절차속행신청’을 내도록 도왔다. 김씨는 결국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5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연을 검찰소식지에 실은 정 검사는 “이번 일을 겪으며 혹시 우리가 형식적 법규정에 얽매여 일을 처리한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됐다”며 “사회악을 척결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검사가 된 것인데 당연한 일을 하고 가슴 뿌듯해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썼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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