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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경준, 알고보니 넥슨 ‘큰손’…입 열었지만 매입가 등 어물쩍

등록 2016-03-31 19:29수정 2016-03-31 22:31

주식 투자 해명 불구 꼬리문 의혹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
비상장 주식 투자로 고위공직자 가운데 지난해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검사장)이 “컨설팅 업계 친구의 추천으로 지인 여러 명과 함께 (넥슨에)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 검사장은 매입 가격에 대해 “수만원에 구입했다”고만 할 뿐 자세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누구한테 주식을 매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아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은 31일 법조기자단에 배포한 A4 용지 한 장짜리 해명서에서 “2005년에 기업분석 전문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지인한테서 ‘넥슨 주식을 팔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나와 친구들에게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매도자(일반인)가 제시한 가격에 해당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매입 가격에 대해 “당시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싼 주당 수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자금은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밝힌 주식 매입 경위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2005년 당시 넥슨은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회사 중 하나였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여러 히트 게임을 보유하고 있었고, 곧 주식시장에 상장돼 지분 보유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당시 비상장 주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넥슨 주식을 사고 싶은데 매물이 없다”는 의견이 여럿 올라와 있다. 이렇게 귀한 주식을 컨설팅 업체 친구 소개로 샀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다.

“컨설팅 업계 친구 추천으로
지인 여러 명과 함께 투자” 밝혀
“주당 수만원에 구입” 자세한 액수 함구
최소 5억원 이상 투자했을 가능성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못산 주식
누구한테 매입했는지
누구랑 함께 샀는지 물음표 수북

2011년 일본 증시 상장 때 넥슨 주주 현황
2011년 일본 증시 상장 때 넥슨 주주 현황

진 검사장이 ‘수만원’이라고 밝힌 매입 가격도 의문이 남는다. 그의 해명을 토대로, 넥슨홀딩스의 주당 순자산가치(순자산/주식수)를 계산해보면 2005년 이 회사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6만5000원에 달한다. 진 검사장은 주식수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시 총 주식수(400만)에 그의 지분율(0.2%)을 반영하면 약 8000주 정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그가 2005년 최소 5억2000만원을 투자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확실한 정보 없이는 투자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진 검사장이 ‘수만원’,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 등 애매한 표현을 쓰고 있지만,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넘긴 사람을 그의 주장대로 단순 ‘일반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 상장을 위해 공개한 기업보고서를 보면, 진 검사장과 똑같이 지분 0.23%씩을 보유한 주주들은 진 검사장을 포함해 4명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0.92%인데, 이는 당시 넥슨 주주 404명 가운데 11위에 해당한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부인 유정현씨(0.68%)보다 지분이 많다. 10위 안에는 넥슨 지주사와 자회사 2곳, 서민 당시 넥슨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이 포진해 있었다.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넘긴 사람도 넥슨의 핵심 관계자일 수 있다. 넥슨의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당시 넥슨 주식은 김정주 부부가 많이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일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현직 검사로서 넥슨 지분 매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검사장은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주식을 대량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팔았다고 해명했지만, 그는 2009~2010년 경제·금융 수사 핵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일했었다. 직무관련성이 가장 민감할 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금조부장을 마친 뒤 1년쯤 지나 넥슨은 일본 증시에 상장됐다. 금조부장을 지낸 한 현직 차장검사는 “금조부는 주식 정보가 많이 오간다. 금조부장으로 발령나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 주식을 다 판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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