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있는 사망률’ 첫 지역별 분석
시의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 못받아
21년간 조기 사망한 사람 75만명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 34만명 최다
저소득 지역이 고소득보다 1.22배↑
시의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 못받아
21년간 조기 사망한 사람 75만명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 34만명 최다
저소득 지역이 고소득보다 1.22배↑
1993년 이래 2013년까지 21년간 제 때에 알맞은 치료만 받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자가 75만명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 해에 3만6천명 가까이에 이르는 이들이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조기에 사망했다는 얘기다. 피할 수 있는 사망자 수는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소득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간의 격차는 최근 10년 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지난해말 발간된 부산대 의대 최민혁ㆍ윤태호 교수의 논문 ‘지역간 피할 수 있는 사망률 추세(1993~2013)’(<비판사회정책> 제49호)를 보면, 1993~2013년까지 지난 21년 동안 우리나라 총 사망자 수는 513만2472명이며, 이 가운데 ‘치료를 통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자’는 전체의 14.7%에 해당하는 75만375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은 보건통계 지표 중 하나로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기사망’을 뜻한다.
성별로는 남자가 43만4282명이었고, 여자는 31만9469명이었다. 사망원인별로는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자가 34만38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 및 직장암 환자가 7만1694명이었다. 이어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자가 5만9986명에 달했으며, 결핵 환자도 무려 4만3061명로 집계됐다.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은 건강보험 제도의 발전 등으로 인해 총사망률이 감소해온 추세에 병행해, 전체적으로는 지난 21년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1993~1995년 기간 연령표준화 총사망률(노인인구가 사망률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통제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706명이었다. 이 비율은 2011~2013년에 388.4명으로 줄었다. 이런 총사망률의 감소 추세는 피할 수 있는 사망률에도 반영돼 1993~1995년에 이 비율은 132명이었으나 2011~2013년에는 47.9명으로 줄었다. 전체 사망률 가운데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의 비중은 1993~1995년 기간 18.7%에서, 2011~2013년 기간 12.3%로 감소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전체 214개 시군구 지역을 자가주택 소유 여부 등 사회경제적 지표를 이용해 소득분위별 5개 지역으로 나눠 비교해본 결과, 저소득 지역의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이 고소득 지역보다 더 높았고, 이 차이가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의 격차는 1993~1995년 1.34배에서 2002~2004년 1.12배 가까이 떨어졌다가, 2005~2007년 1.13배, 2011~2013년 1.22배로 다시 커졌다.
최 교수는 “의료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경계지역에 위치한 시군구들에서 피할 수 있는 사망률에 큰 개선이 있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은 지난 21년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전라남도 서남지역,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경계지역, 경상북도 내륙지역, 경상북도와 강원도 경계지역 등에서는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피할 수 있는 사망
‘피할 수 있는 사망’이란 개념은 1970년대 서구 학계에서 제시됐다. 이 개념은 크게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제공, 즉 ‘치료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과 ‘포괄적 공중보건정책을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으로 구분된다. 학술적으로 대부분의 질병의 경우에는 74살 이전까지 사망했다면 피할 수 있는 사망으로 본다. 하지만 특정 질환에는 이 기준이 달라지는데, 즉 자궁암이나 백혈병 등은 44살 이전에 사망할 경우에만 피할 수 있는 사망으로 분류되고, 백일해, 홍역, 폐렴과 인플루엔자를 제외한 호흡기 질환, 위장염 등 장관 감염질환의 경우에는 14살 이전에 사망할 경우에만 피할 수 있는 사망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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