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김상헌 네이버 대표 모두
‘친구’ 박씨 제안 받았다고 증언
박씨, 중간에서 전권 행사 가능성
6만원 주식 4만원에 사 부적절 논란도
‘친구’ 박씨 제안 받았다고 증언
박씨, 중간에서 전권 행사 가능성
6만원 주식 4만원에 사 부적절 논란도
넥슨 주식투자 논란 끝에 사퇴한 진경준 검사장과, 동일한 지분을 투자한 김상헌 네이버 대표에게 주식 매수를 권유한 박아무개씨가 진 검사장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박씨는 0.92%에 이르는 넥슨 주식을 자신을 포함해 모두 4명에게 중개한 인물로, 진 검사장의 투자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 검사장이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대학 친구’라고 소개한 박씨는 현재 한 입시 관련 사이트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의 친구이자 넥슨 자회사의 감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과 김상헌 대표는 둘 다 박씨한테서 넥슨 주식 매수를 제안받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친구들과 함께 투자했다”고 해명하는 반면, 김상헌 대표는 지난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투자 당시 진 검사장이 함께 투자하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과 같은 지분을 투자한 4명의 투자자가 서로 투자 내용을 논의하는 등의 과정 없이, 박씨가 중간에서 전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씨도 당시 이들과 같은 0.23%의 지분을 매입했지만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정주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얼마에 넘겼는지, 대가성은 없는지 등 당시 상황을 박씨가 가장 잘 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 검사장은 ‘주당 수만원대에 샀다’며 정확한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김상헌 대표는 “총 1만주를 4만원대에 샀고, 송금하라고 해서 4억원가량을 보냈다”고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밝혔다. 이들이 서로 논의하지 않고 주식 구매가 이뤄진 만큼, 진 검사장이 매입한 주식 가격에 대해서도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진 검사장이 김상헌 대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샀다면 특혜 매입 의혹은 더욱 커진다. 김 대표가 밝힌 주당 4만원대도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2005년 기준 넥슨홀딩스는 주당 순자산가격만 6만원이 넘었다. 여기엔 미래가치 등이 빠져 있어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이 오랜 침묵 끝에 내놓은 해명마저 일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진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 검사장은 지난달 31일 낸 해명서에서 2005년 이뤄진 넥슨 지분 매입 투자가 개인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투자의 성격이 대가성이 전혀 없는 단순 공동 투자였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의혹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법무부는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5일 “절차에 따라 사표 처리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재산 검증은 우리 몫이 아니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할 몫”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진 검사장에 대한 사실 규명 책임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됐고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만큼 진 검사장의 재산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문제가 발견되면 법무부에 추가조사 의뢰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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