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교조 제작 ‘4·16교재’ 막아
“학교현장서 추모 분위기 위축” 반발
교사 131명 “세월호 계기교육 할터”
“학교현장서 추모 분위기 위축” 반발
교사 131명 “세월호 계기교육 할터”
교육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제작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4·16 교과서)’에 대해 교육자료로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 조처’(<한겨레> 3월26일치 9면 참조)를 내리면서, 학교 현장의 세월호 추모 분위기까지 얼어붙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체 교사회의 시간에 학교장이 “금지된 교재로 금지된 주제의 계기교육을 하지 말라”고 교사들에게 통보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ㄱ교사는 1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4·16 교과서 뿐만 아니라 세월호를 주제로 한 수업까지 금지한다는 투였다”고 말했다.
전교조 충북 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리본달기 등을 추모 행사의 하나로 진행할 수 있다는 교육청 공문도 내려왔지만 교사들이 교육청보다는 상위기관인 교육부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세월호 추모 행사와 관련된 교육청 공문을 받은 교사가 학교 예산으로 세월호 리본 재료를 구입하려하자, 교감이 ‘학교 예산으로 하지 말아라’‘리본 만들기도 하지 말아라’고 지시한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4·16 교과서를 활용하는 수업만 금지한 것”이라며 “학교 자체적으로 절차를 거쳐 결정한 세월호 관련 추모 행사나 계기교육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새학기 들어 계기교육 관련 절차를 명확히 한 것 역시 학교 현장의 세월호 관련 계기교육을 위축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17개 시·도 교육청 계기교육 담당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교과협의회 협의→학교운영위원회 심의→학교장 승인’ 등을 계기교육의 공통된 절차로 정한 바 있다. 지난해 이틀동안 교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세월호를 추모하는 수업을 했던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계기교육을 할 수 있었던 작년과 분위기가 다르다”며 “올해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피하기 위해 근거 자료나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아서 뭔가를 시도하는 게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여기는 아이들이 먼저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다는 등 학생들의 관심이 많다”며 “작년에도 교육부가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지 말라고 해서 위축이 좀 됐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아이들하고 마음 편하게 세월호를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소속 15개 지역 131명의 교사들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6 교과서로 세월호 계기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신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우리는 교사이기 때문에 더 많이 아팠고 괴로웠다”며 “세월호 참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정부를 향해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외침을 수업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김미향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