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가 최근 새끼를 낳은 것으로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지난 1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영락리 해안에서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야생방사된 쇼 돌고래의 야생 번식이 확인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 제공
불법포획돼 3년간 갇힌채 쇼하다가
방사 3년 만에 어미·새끼 유영 목격
방사 3년 만에 어미·새끼 유영 목격
돌고래쇼를 하다가 야생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가 번식에 성공한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은 17일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의 장수진(35), 김미연(28)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삼팔이와 1m 크기의 새끼 돌고래가 바짝 붙어서 헤엄치는 ‘어미-새끼 유영 자세’(mother-calf position)를 처음 목격했다.(1면 사진 참조) 그 뒤 지난 15일까지 이어진 모니터링 기간 중 두 돌고래는 7일 동안 관측됐고 줄곧 이 자세를 유지해, 삼팔이가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팔이는 2010년 5월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다.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 업체 퍼시픽랜드에 팔려 3년 동안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대법원의 몰수 판결로 서울대공원 ‘제돌이’의 야생방사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삼팔이는 최종 방사 직전에 찢어진 가두리를 탈출해 다른 돌고래들보다 먼저 야생 무리에 합류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수진 연구원은 “삼팔이가 새끼와 함께 맨 처음 목격된 이후, 혹시 다른 이웃의 자식이 아닌지, 지속적인 행동을 보이는지 등을 집중 관찰했다. 지난 15일까지 둘이 줄곧 붙어다니는 것으로 보아 삼팔이가 새끼를 낳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어미-새끼 유영 자세’는 어미 돌고래가 새끼 돌고래를 등 뒤에 바짝 붙여두고 헤엄침으로써, 물살을 헤쳐야 하는 자식의 수고를 덜고 위험에 대처하는 돌고래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삼팔이가 마지막 관찰된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혼자 다닌 것을 고려하면, 새끼의 나이는 여섯달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방큰돌고래는 10대 중반에 번식 가능한 성체가 되기 때문에, 삼팔이(13~15살 추정)는 이번에 처음으로 출산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돌고래 야생방사가 이뤄졌지만, 과학적 모니터링에 의해 야생방사 개체의 번식과 양육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고래 연구팀의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수족관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 멸종위기종 보전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 110여마리가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됐다. 삼팔이를 비롯해 제돌이, 춘삼이, 복순이, 태산이 등 방사된 돌고래 5마리는 방사 당시 일부 우려와 달리 야생 무리에 합류해 잘 살아가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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