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시 비리
교육부, 40여명 ‘부정입학’ 의혹
직업 거론…아버지얘기만 하기도
입학 취소·로스쿨 제재조처 검토
교육부, 40여명 ‘부정입학’ 의혹
직업 거론…아버지얘기만 하기도
입학 취소·로스쿨 제재조처 검토
전직 대법관과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 등 법조인 자녀 40여명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부정 입학’ 혐의로 교육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은 최근 한 법무법인에 이들 자녀의 로스쿨 입학 취소와 학교에 대한 제재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전 대법관 자녀 등 구체적인 의심 사례에 관한 증언이 나오고 있다.
18일 로스쿨과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올해 1월28일까지 전국 25개 로스쿨 입시과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학교당 평균 20~30건의 입시 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대법관 출신 등 고위 법관 자녀 10여명과 검찰 고위간부 출신 자녀 30여명의 자기소개서 등 입학 서류에 법조계 고위급 출신 변호사 자녀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의 현장 조사를 참관한 한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의심 사례로 적발된) 대부분은 법조인 자녀들이었다. ‘아버지가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걸 봤다’,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이는 걸 배웠다’는 등 조금이라도 (부모의 배경을 밝히는) 흔적이 있으면 입시 비리 의심 사례로 판단해 자료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전직 대법관 자녀다. 이 학생의 자기소개서에는 아버지의 출신 학교에서부터 사법연수원 기수, 대법관 경력까지 자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조사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다른 학생들도)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을 거론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자기소개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 얘기만 한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문제가 된 학생들은 입학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불공정 입학이 확인된 학생은 물론 로스쿨에도 제재 조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북대 로스쿨 입시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최근 부정입학 의혹을 받고 있는 학생의 자기소개서 등을 학교 쪽으로부터 제출받아 “아버지가 검찰 출신 변호사”라고 적혀 있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근 입학 전형 담당 직원을 소환조사했고, 해당 로스쿨 원장도 방문조사를 했다. 경찰은 해당 학생의 아버지가 청탁을 했는지, 청탁이 실제 입학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경북대 로스쿨의) 한 교수가 ‘ㄱ변호사 아들이 이번에 우리 법전원에 원서를 냈는데 꼭 합격시켜야 한다’며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당시 ㄱ변호사 아들의 면접시험에 참가했던 한 교수는 “아버지가 검사 출신이냐”고 물었고, 이 과정에서 ㄱ변호사의 실명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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