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매달 두차례 ‘을지유람’
젊은 예술가 작업장 체험도
젊은 예술가 작업장 체험도
서울 을지로는 서울시청부터 을지로3가를 거쳐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이르는 폭 30m, 길이 2740m의 6차선 도로다. 공구, 조명, 미싱, 타일도기, 조각, 가구, 인쇄, 기계 등 다양한 가게가 밀집해 있다. 6·25 전쟁 뒤 무너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집수리에 관련된 가게가 들어서며 급속히 발전했다.
대표적 구도심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1970~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정취를 을지로의 골목골목에 담고 있다. ‘노가리 골목’ 등 오래된 맛집과 근대화 흔적이 보이는 가게들이 세월을 버티며 촘촘히 모여 있기 때문이다.
3가부터 4가까지 조명거리에는 조명가게 210여개가 모여 있다. 청계천 수표교~관수교 남단 350m에는 공구상 530여개가 있다. 설계도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을지로 공구상은 1961년 청계천 복개 뒤 자리잡기 시작해 월남전으로 특수를 맞았다. 창경궁로 일대에는 조각 금형 점포 360여개가 집중돼 있다. 1㎜도 안 되는 활자를 징과 망치로 만들던 숙련가들이 지금도 활동 중이다. 을지로3가역 인근 ‘송림수제화’는 지난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1936년 송림화점으로 문을 연 뒤 4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맛집들 또한 저마다의 전통과 향미를 이어가는 중이다. ‘원조녹두’는 맛 좋고 저렴한 전을 판매하고 ‘양미옥’은 대통령 단골집으로 유명하기도 했던 양과 대창 전문점이다. 암소 한우의 등심만 판매하는 ‘통일집’은 1969년 개업해 2대째 공구상가 골목을 지키고 있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노상에까지 둘러앉아 하루 노고를 털어내는 노가리 골목은 서울미래유산이다.
서울 중구는 해설가와 함께 골목길 구석구석 다니며 속살을 들여다보는 ‘을지유람’ 프로그램을 이달 23일부터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 무료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을지로 빈 점포에 입주한 청년 디자이너·예술가의 작업장도 들러 공방 체험을 한다. 90분짜리 1회당 10명씩이다. 중구 누리집(www.junggu.seoul.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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