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
새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정상명 대검 차장검사는 24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검사가 갖춰야할 덕목을, 고전을 인용해 가며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정 내정자는 먼저 “법조인에게 첫째 덕목이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고전에서는 ‘중용’이라고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공명정대’를 들었다. “공(公)은 공평한 거고, 명(明)은 투명한 것, 정(正)은 정의이고, 대(大)는 대의명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면 ‘화이부동’이 있다”며 “화합하지만 같지는 않다는 덕목도 검사가 갖춰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검사의 덕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이불상’(哀而不傷)을 거론하며 “슬퍼하지만 상처 입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고등학교 한문수업 시간을 방불케했던 1시간여의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정 내정자가 던진 말은 “우리도 국민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그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였다.
정 내정자가 꼽은 덕목을 종합해보면, 검사는 균형감각이 있고, 투명하게 일처리를 하며, 정의감을 갖춘데다 대의명분까지 소중히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원만하되 소신을 잃지 않으며 슬퍼할 줄 아는 감성이 있지만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무소불위’라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검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 검사들이 그가 꼽은 덕목을 갖췄다면 국민들은 검찰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신뢰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론이나 윗사람의 눈치나 보는 검사들이 아닌, 정 내정자가 꼽은 덕목을 갖춘 검사들이 넘쳐나는 검찰을 ‘꼭’ 보고 싶다. 물론 정 내정자가 그런 검사였는지, 그런 검찰총장이 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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