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보고서 중 1개 은폐 드러났는데
실제론 4~5곳에 실험 맡기고
유리한 결과 2개만 검찰 제출
보고서마저 조작 정황 드러나
실제론 4~5곳에 실험 맡기고
유리한 결과 2개만 검찰 제출
보고서마저 조작 정황 드러나
유독성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제품 유해성을 경고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실험보고서 말고도 자사에 불리한 실험보고서 1~2건을 더 은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검찰 및 제조업체 등에 따르면,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실이 드러난 2011년 이후 국내 연구기관 4~5곳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조사하는 실험을 맡겼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 됐다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8월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옥시는 이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실험 결과가 나온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 등 2건의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하고, 불리한 실험 결과가 나온 다른 기관의 보고서 2~3건은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옥시는 서울대와 호서대, 케이시엘 등 3곳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조사하는 실험을 맡겨, 이 가운데 케이시엘의 실험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게다가 옥시가 검찰에 제출한 서울대와 호서대의 실험보고서도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다. 옥시가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의 실험 조건 설정에 관여하고, 필요한 결과만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의 교수들이 옥시로부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연구비 수천만원씩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옥시가 불리한 정황을 은폐하려고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최근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에스케이(SK)케미칼 등으로부터 납품받으면서, 이와 함께 받은 유해성 안내자료(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폐기한 정황을 확보했다. 제품의 위험, 유해사항 등을 담은 물질안전보건자료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 자료다. 옥시가 제품의 유해성을 알았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주요 자료인데, 검찰은 옥시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이를 폐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2001년부터 옥시 누리집의 고객 상담 게시판 등에 올라온 제품 부작용 등을 호소하는 글이 지워진 경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옥시 쪽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적으로 글이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옥시가 불리한 정황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글을 삭제한 것인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1일 옥시 전 민원담당 직원 2명을 소환해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 19일에는 옥시의 첫 소환 대상자로 인사담당 김아무개 상무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시기별, 분야별 책임자가 누구인지 등을 조사했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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