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 비판따라 예규 개정
사복 착용때만…결혼·흡연은 금지
사복 착용때만…결혼·흡연은 금지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제 사관생도들이 음주를 금지한 생도 규율과 고유의 음복 전통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이번 학기부터 생도의 학교 밖 음주를 허용했다. 군 관계자는 2일 “각 군 사관학교에서 지난해 말 ‘교내 활동, 공무 수행, 생도 복장 착용 중이 아닌 경우 자율적으로 음주할 수 있다’고 사관생도 생활예규를 개정해 올 새학기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출이나 외박을 나가 평상복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는 금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조처로 음주와 흡연, 결혼을 금지하는 사관학교의 이른바 ‘3금 제도’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이 관계자는 “술을 마시되 생도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마셔야 하며, 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연령 기준으로 미성년자인 생도는 술을 마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규정은 3군 사관학교에 공통으로 적용돼 시행되고 있다.
군당국과 사관학교 쪽은 ‘3금 제도’를 젊은 생도들의 엄격한 절제력과 인내력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사회 한편에선 민주사회에 걸맞지 않은 지나친 타율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군 당국자는 “애초 3금 제도는 미국에 금욕주의적 분위기가 강하던 시기에 육체적·정신적으로 강인한 청년 장교들을 길러낼 목적으로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등 사관학교에 도입된 것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013년부터 3금 제도 완화를 검토해왔다. 군 당국은 그해 5월 육사 초유의 교내 성폭행 사건과 8월 국외 탐방 중인 육사 생도들의 음주 및 성매매 사건 등 생도들의 일탈 행위가 잇따라 불거지자, ‘육사 제도·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관생도 생활예규 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군 당국자는 “음주 허용 등 이번 생활예규 변경은 규제 위주에서 ‘사회적 통념’에 따라 조정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금 제도 중 흡연과 결혼 금지는 유지된다. 금연은 건강을 위해 흡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대 분위기가 반영됐다. 군 당국자는 “특히 강인한 체력의 청년 장교를 길러내야 하는 사관학교에서 흡연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혼을 포함한 결혼은 여전히 금지되지만, 이성 교제는 비교적 폭넓게 허용된다. 이는 지난해 5월 육사 생도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주말 외박 때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퇴교 조처된 것은 사생활 침해로 위법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는 등 달라진 사회 통념을 반영한 것이다. 군 당국자는 “외국의 대다수 사관학교도 결혼 금지 규정이 있다”며 “단체생활 등 엄격한 질서가 필요한 생도 교육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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