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전 편집국장’ 강 당선자 기자협회보 인터뷰서
가장 기억 남는 지면-후회하는 지면으로 세월호 꼽았다는데…
재직시절 논란됐던 조선일보 세월호 보도 ‘다섯가지’ 돌아보기
강효상 당선인, 조선일보 전 편집국장.
4.13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는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포함되어 있다. 강 당선자는 새누리당 비례 16번을 받아 5월 말부터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다. 강 당선자는 2013년 2월27일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취임해 2015년 9월30일까지 2년 반동안 재직했다. 그는 최근 <기자협회보>와 한 인터뷰( ▶ 바로 가기 )에서 ‘편집국장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면과 후회하는 지면’을 묻는 질문에 “세월호 지면”이라며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의 무능과 기득권층을 질타하며 1면에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라고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 국민감정에 너무 영합해 지면을 만든 건 아닌지 후회도 있다”도 말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강 당선자의 이 말에 냉소했다. <한겨레>는 강 당선자가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조선일보>의 세월호 관련 보도 가운데 논란이 됐던 다섯 가지 보도를 추려봤다.
1. “대한민국 정부에는 대통령 한 사람뿐인가”
세월호 참사 사흘 뒤인 2014년 4월19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 과정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일부 공직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현장 대처에 늑장을 부리던 관료들은 대통령 한마디에는 재빨리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만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보도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 기사 ‘과도한 ‘1인 리더십’ 벗어나 위기관리 시스템 복원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형사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듣고, 정부 당국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현장 지휘에 직접 나선 경우는 드물었다”고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14년 4월22일 발간한 공정선거보도감시단 8차 보고서에서 “사고 발행 뒤 사나흘이 되도록 우왕좌왕해서 정부의 신뢰가 침몰한 것을 두고도 무턱대고 ‘대통령 감싸기 보도’를 하는 것은 ‘과공비례(지나친 공손은 도리어 예의에 어긋남)’뿐”이라고 지적했다.
2. 유족 앞에서 라면 먹던 서남수 장관 비판 칼럼 삭제
서남수 당시 교육부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참사로 고통받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포착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4월26일 발행되는 주말판 ‘Why’에서 매주 연재되는 칼럼인 ‘황교익 먹거리 파일’ 원고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맛칼럼리스트 황교익씨가 서 장관을 꼬집는 칼럼을 썼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게재 거부된 이 칼럼은 ‘장관의 라면과 어미의 사랑’이란 제목의 글로 “세월호 침몰로 수백 명의 자식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어미는 밥을 넘길 수가 없다. 거두어 먹여야 할, 사랑하는 자식이 어둠과 추위에 갇혀 물조차 먹지 못할 것인데, 어찌 밥알 한 톨인들 삼킬 수 있겠는가”라며 “그 자리에서 라면을 먹는 이가 있었다. 자식 잃은 어미 앞에서 보란 듯이. 짐승의 마음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임에도, 세상에,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이라니!”라고 썼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참사로 고통받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포착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제공.
3. 참사 일주일 뒤부터 쏟아낸 ‘유병언’ 보도들
<조선일보>는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된 2014년 4월23일부터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6개 비리혐의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했다. 유병언 세모 전 회장의 횡령·배임·탈세·강요·뇌물공여·재산해외도피 등의 혐의를 낱낱이 고발했다. 이날부터 세월호 참사를 보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은 급격하게 ‘유병언 책임론’으로 기울었다.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24일 1면 하단에 ‘유병언 일가 계열사·자택·교회 17곳 압수수색’, 25일 1면 톱에 ‘유병언 사진 1장에 5000만원…계열사가 200억대 샀다’, 26일 1면에 ‘유병언 다음주 소환조사’, 28일 1면 톱에 ‘유(병언)씨 일가 160억 불법 해외반출 혐의’, 30일 1면 ‘청해진해운 대표, 유병언에 매달 1000만원 지급…회사 돈 20억 줘’ 등의 보도를 거듭했다. 특히 4월26일 ‘세월호 구조 비용 ‘청해진 일가’가 모두 물어내게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쓰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총체적 시스템 문제는 이렇게 ‘유병언 일가’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과 가족의 잘못으로 축소 보도됐다.
이 과정에서 한 <조선일보> 기자가 경기도 안성 도개면의 한 단독주택에 무단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원파 취재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다.
4. “세월호 선동하는 전교조”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동영상을 두고 “세월호 선동”이라고 몰아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일보>는 2014년 5월8일치 1면 ‘“너희들은 김주열·박종철…세월호 선동하는 전교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교조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민주화 운동을 하다 사망한 김주열군과 박종철 열사에 비유하는 동영상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전교조가 이런 내용의 추모시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세월호 침몰 사건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같은날 ‘‘세월호 가족의 슬픔’ 정치 선동에 써먹으려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 일부 좌파 세력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처럼 정치 투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들에게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 남의 슬픔도 그들에겐 정치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투쟁의 재료로만 보일 뿐이다“라고 썼다.
5. 세월호 1주기, ”유족들, 대한민국과 등지겠다는 건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던 2015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났다. ‘진상 규명 원천 봉쇄 대통령령을 즉각 폐기하라’, ‘인양 갖고 장난치며 가족들 두 번 죽이는 정부는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4월17일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예산 부담이 적지 않은데도 세월호 선체 인양을 받아들이고 시행령 문제도 유족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런데도 유족들은 합동 추모식은 물론 대통령의 팽목항 위로 방문까지 거부했다. 대통령은 그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상관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 대통령을 끝내 거부한 유족들은 대한민국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과 등을 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는 협박성 글을 썼다.
한편, 강 당선자는 편집국장 재직 시절이던 2013년 9월26일 1면에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보도를 주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선일보> 내부에서조차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강 당선자는 보도를 밀고 나갔다. 이에 대해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2013년 10월 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8월 중순 (채동욱) 정보를 들고 강효상 국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곽상도는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효상 당선자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 대건고 선후배이고, 강 당선자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서울대-TK’ 라인이다. 강 당선자는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후배들이 몇 달간 취재해서 ‘혼외 아들이 존재한다’는 팩트를 가져왔다”며 “청와대에서 혼외자 관련 정보를 받고 기사를 썼다고 신경민 의원이 주장했는데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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