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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브로커가 거론한 청·국회 인사들 “안면은 있다”

등록 2016-05-08 19:44수정 2016-05-08 22:32

‘정운호 법조로비’ 의혹 확산

측근 이씨 녹취록에 등장한
정·관계 인사들 “로비는 없었다”
재판결과 보면 로비 먹혔을수도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법조·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는 브로커의 로비 대상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브로커와 ‘안면’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로비 여부는 부인하고 있다.

8일 검찰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씨의 법조 및 사업 브로커 활동을 한 이아무개(56)씨는 평소 안면이 있는 청와대 수석과 검사, 차관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다녔다. 이씨는 정씨 재판의 항소심을 맡은 판사와 식사 자리를 갖는 등 법조 로비에 수완을 보였고, 검사장 출신 ㅎ변호사를 정씨에게 연결해준 인물이다.

이씨가 2014년 친구 조아무개씨와 나눈 대화의 녹취록에는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상장되면 빚을 갚을 수 있는데, 방해 세력이 있다. 청와대 ○○수석 ㄱ씨, ○○부 차관 ㄴ씨, 검사 ㄷ씨 등을 통해 방해 세력을 주저앉히려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친구 조씨에게 3억원가량을 빌린 뒤 갚지 않아 갈등을 빚었다.

녹취록에 거론된 이들은 이씨와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로비 사실은 극구 부인했다. 전 청와대 수석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씨를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됐고 종종 연락을 했지만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전 차관 ㄴ씨도 “이씨를 업무상 만나 알게 됐다. 하지만 내가 있던 부처는 회사 상장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씨가 왜 내 이름을 거론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 ㄷ씨도 “안면은 있지만 녹취록에 나온 사건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 회사는 상장되지 않았고, 이씨는 채무를 갚지 못해 조씨에게 고소당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 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이번주에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이씨는 이외에도 고교 동문인 ㅎ변호사와 국회의원 ㅂ씨 등과의 친분관계를 주변에 자주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사업 브로커 역할을 한 한아무개(58)씨 역시 자신의 인맥과 학맥을 이용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의 군납 과정에서, 한씨가 본인과 중학교 동창인 이아무개 전 방위사업청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롯데가의 ㅅ씨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씨의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이들은 한씨와 안면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로비 사실은 부인했다. 이 전 청장은 “동창이라 잘 알지만 군납과 관련해 전혀 얘기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 쪽도 “ㅅ씨와 안면이 있지만 납품 로비 사실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정황을 보면, 브로커 이씨와 한씨의 사업 로비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물론 로비가 있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브로커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고위층과의 관계를 부풀려 얘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씨의 도박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실제 로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찰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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