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덕 기자
현장에서
지난달 경기도 군포시 한 빌딩에서 난 불로 대학생 딸을 잃고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10여일째 홀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신동열(43·회사원·<한겨레> 24일치 10면)씨는 “내 이기주의 탓”이라고 자책했다. 그는 딸이 ‘알바’로 대학 편입비를 벌겠다고 나선 것은 “미용실을 하는 아내와 나 자신의 가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딸 민주(19)씨는 출동한 소방차의 고가사다리가 제때 펴지지 않는 사이 질식해 뒤늦게 발견됐다가 6일 만에 숨졌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25일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군포시 소방서장과 소방관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고가사다리가 펴지지 않은 이유가 수평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인지 소방차가 너무 낡아서 작동이 안 된 것인지조차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내구연한을 한참 넘긴 13년 된 고물 사다리차에 턱없이 부족한 구조인력을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들도 화재에 목숨을 걸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근본대책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현장 관계자의 군기만 잡으면 된다는 발상 같아 씁쓸할 뿐이다.
지난여름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수해가 났을 때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미국에 건너가 교민들의 손을 잡고 위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역만리 ‘천재’에도 관심을 쏟는 판에 예고된 ‘인재’에는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다.
“소방관들이 미워서가 아니다. 당국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돼서는 안 되지 않나?” 딸을 잃은 아버지는 그렇게 호소했다.
수원/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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