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한 30대 남자가 퇴근길 지하철에 방화를 하려다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당시 다른 승객들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24일 오후 7시54분께 서울 동작구 지하철 4호선 사당발 당고개행 4198열차 네 번째 칸에 탄 ㅇ아무개(33·무직)씨가 들고 있던 신문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다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승객 김아무개(36)씨의 신고로 역무원들과 공익근무요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신고한 승객 김씨는 “처음에는 장난을 하는 줄 알았는데, 술냄새가 코를 찔렀고 불을 붙이며 얼굴에 웃음을 짓는 것을 보니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열차 벽에 붙어있는 고객센터 번호를 보고 전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 쪽은 김씨의 신고가 접수된 뒤 곧바로 직원과 공익근무요원을 다음 역인 동작역에서 기다리게 해 ㅇ씨를 붙잡았다. 신고에서 이씨가 붙잡히기까지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당시 열차 안에는 건장한 남자들도 많았는데, 다들 바라보기만 할 뿐 말리지 않았다”며 “대구 참사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ㅇ씨는 경찰에서 “최근까지 혼자 살며 찹쌀떡 장사를 했지만 돈을 잘 벌지 못해 방세도 내지 못하고 휴대전화도 끊기는 등 하는 일이 잘 안 돼 홧김에 열차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임씨에 대해 열차방화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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