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홍만표(57)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곧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정씨가 지난해 10월 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되기 전 검찰로부터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을 때 정씨를 변호했다.
11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씨는 2012년 6월 마카오에서 329억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2013년 초부터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2014년 7월 정씨의 도박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송치했다. 검찰은 넉 달 뒤인 그해 11월 정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정씨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직접 마카오로 건너가 카지노에 출입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동영상과 녹취록 등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다시 무죄를 입증하겠다며 자료를 수집해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고소 사건이 아닌 인지 사건의 경우 무혐의 처분 사실을 알리지 않기 때문에 정씨가 무혐의 사실을 모르고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무죄 입증 자료를 건네받은 검찰은 ‘새 증거 발견’을 이유로 사건을 재개하고, 이듬해 2월 나흘 동안 자료를 검토한 뒤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같은 사건에 대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정씨의 변호를 맡았고, 장문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김병문 검사가 맡았고, 조기룡 형사3부장이 지휘했다. 당시 1차장은 신유철 현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은 김수남 검찰총장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사기관 직원은 “무혐의 처분 이후에 사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자료가 제출될 경우 기록을 첨부만 해놓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였다고 해명한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애초 무혐의 처분을 한 담당 검사가 수사를 더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평검사 전결 사건이라 넉 달 안에 결론을 내야 했는데, 그 뒤 관련 자료가 들어오니까 재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재개 후 고작 4일 동안 기록을 검토한 뒤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보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의 이런 조처는 결과적으로 홍 변호사의 위상을 높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확실하게 무혐의를 받아냄으로써 사건 의뢰인한테 수임료가 아깝지 않다는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최유정(46)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재판부와 교제·청탁을 명목으로 정운호씨와 이숨투자자문의 송아무개 대표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한 최 변호사의 사무장 권아무개씨는 최 변호사의 지시를 단순 수행한 것으로 보고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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