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이랑, 골프장 고소
“목욕탕 앞 내 뒷모습 사진 걸고
혐오 문신땐 출입제한 써놔”
이씨쪽 “불법 문신도 결과물은 작품
불법 성인비디오도 저작권인정 판례”
정당한 이익훼손 여부 등 관건
“목욕탕 앞 내 뒷모습 사진 걸고
혐오 문신땐 출입제한 써놔”
이씨쪽 “불법 문신도 결과물은 작품
불법 성인비디오도 저작권인정 판례”
정당한 이익훼손 여부 등 관건
“워낙 별을 좋아해요. 타투인들도 언젠가 제도권안에서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길 바라니까. 이 라틴어 문구는 10년 동안 그때그때 마음에 와닿았던 명구들을 새긴 것이고요. 이 그림들은 저에게는 제 몸과 함께하고 썩어갈 고유한 작품인 셈이죠.” 사진 속 자신의 등과 허리, 뒷 머리에 담긴 문신을 하나하나 짚으며 타투이스트(문신예술가) 이랑(41)씨가 설명했다. 10여년에 걸쳐 새긴 이 문신들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11일 이랑씨는 문신이 담긴 자신의 뒷모습을 허락없이 게시했다며 서울 중앙지검에 ㅇ골프클럽 지배인과 이 클럽 운영사 등을 저작권법 위반과 모욕죄 등으로 고소했다. 이 클럽은 목욕탕 앞에 이랑씨 등 문신한 몸을 담은 사진을 게시하며 ‘혐오감을 주는 문신이 드러날 경우 욕실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4월 이랑씨의 지인이 골프장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에는 내 문신이 그저 혐오표시로 쓰이는구나 하는 자괴감만 들었어요. 그러다 이 그림들 역시 도안을 만들거나 소유한 나의 허락을 받고 써야하는 저작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이랑씨가 모욕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위반 문제까지 제기하고 나선 까닭이다.
이랑씨의 변호를 맡은 구관희 변호사(법무법인 스카이)는 “국내에서 문신의 저작권을 다툰 소송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문신 역시 당연히 저작물성을 가지고 있는만큼 저작권을 보호받아야할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이르는만큼, 어떤 도안을 몸의 어느 부분에 새기는지 결정하는 창작활동이 포함되는 문신 역시 하나의 저작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로 분류돼 이랑씨의 몸에 새겨진 것과 같이 의사가 아닌 이가 새긴 문신은 ‘불법’으로 취급되지만, 저작물 제작과정의 위법성은 저작물성을 가르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게 이랑씨 쪽 주장이다. 구 변호사는 “불법 성인비디오도 저작물임을 인정받은 판례가 있는만큼, 다른 법에 의해 문신행위가 불법이라고 해도 그 결과물인 그림의 저작물성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도용이 저작권 침해 판단을 받기까지는 골프 클럽쪽의 저작물 이용이 이랑씨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쳤는지나 이용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박지완 오픈넷 변호사는 “저작물이라도 이용 목적이나 침해내용 등 여러 조건들을 살펴 저작권 침해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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