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가 나죠. 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파워포인트나 동영상 제작을 가르치는 수업이 없어요. 그런데 왜 수행평가로 파워포인트 문서 작성이나 동영상 제작을 해오라고 하는 건가요?”
서울 강남구에서 중1, 중3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ㄱ씨는 자녀들이 집으로 가져오는 수행평가 과제를 보면 화가 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시시(UCC·손수제작물)도 과목별로 해오라고 하는데, 촬영은 어찌어찌 한다고 해도 편집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웨딩 촬영하는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긴 엄마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십자수나 바느질 같은 것도 수업시간에 안 하고 과제로 내주는 바람에 아들 둔 엄마들은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아닌 학부모들의 숙제가 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과제형 수행평가’가 학교 현장에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부는 올해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2016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 ‘수행평가는 과제형 평가를 지양하고 다양한 학교교육활동 내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문구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일컫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교사들이 수행평가 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이를 집 등 학교 밖에서 개인적으로 준비해 제출하는 방식을 뜻한다. 교실 수업 시간에 이뤄지는 이른바 ‘수업형 수행평가’와 달리 학교 밖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탓에,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온 바 있다.
특히 교육부가 올 1학기부터 초·중학교에서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중간·기말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면서, 이런 우려가 증폭된 바 있다. 영어 학습지 업체인 윤선생이 지난 3월 학부모 4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소 자녀의 수행평가를 직접 도와준다고 응답한 학부모가 43.1%에 이르렀으며, 사교육의 도움으로 수행평가를 준비한다고 응답한 학부모도 36.7%나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이 학생 중심으로 바뀌고, 교실 수업도 학생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과물만 평가하는 과제형 평가보다는 학교 교육활동의 과정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과정형 평가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방침을 담은 ‘2016 학생부 기재 요령’은 5월 초 시·도 교육청에 배포됐으며, 바로 시행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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