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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형마트가 삶의 방식까지 지배…‘슈퍼마켓 혁명’ 나설 때”

등록 2016-05-22 19:10

제프리 로런스 세계농촌사회학회 회장(가운데)이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 시장과 만나 친환경학교급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오른쪽은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저자인 마이클 캐롤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제프리 로런스 세계농촌사회학회 회장(가운데)이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 시장과 만나 친환경학교급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오른쪽은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저자인 마이클 캐롤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제프리 로런스 교수 강연서
‘농식품 사회학’ 세계적 권위자
“값싼 먹거리 위험 냉철히 짚어야
지역·협동조합이 마트권력 대안”
“값싼 먹거리를 공급하는 대형 슈퍼마켓(대형 마트)이 전세계 먹거리 공급사슬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농민 공급자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압도적인 위치에 있어요. 소비자의 생활방식까지 지배합니다. 슈퍼마켓에 대한 공공영역과 시민의 정치적 주권을 강화해야 해요. 건강한 공중을 위한 건강한 농업을 지켜야 해요.”

‘농식품 사회학’이란 학문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 제프리 로런스 세계농촌사회학회 회장(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 명예교수)이 한국에 왔다. 로런스 회장은 지난 12일 에스에스케이(SSK) 먹거리지속가능성 연구단이 주최한 ‘먹거리 지속가능성, 다시 생각하다’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슈퍼마켓 혁명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대형 슈퍼마켓들이 이제는 상품 판매를 넘어 생활세계, 삶의 영역까지 ‘경제화’하고 있어요. 유명 요리사와 저명인사들을 동원해 집밥 조리 습관을 버리고 데워 먹는 집밥 대용식에 익숙해지도록 생활문화를 조장해가는 식이죠.”

로런스 회장은 “‘전지구적 슈퍼마켓화’가 환경과 농민, 그리고 소비자 건강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먹거리의 장거리 이동과 밀집형 축산 등을 유발해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규격에 맞지 않는 ‘못난이’ 과일·채소, 유효기간이 지난 먹거리는 대량으로 폐기해요. 그래서 전세계 먹거리 총량의 30~50%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걸로 추정됩니다. 또 나쁜 건강습관을 조장해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떠안겨요. 값싼 가공식품으로 칼로리를 공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거든요. 가난한 사람들의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 제공자죠.”

그는 “값싼 먹거리의 편익이 적지 않지만 이제는 위험도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결국 건강한 농업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돼요. 전세계 30억 농촌인구의 필요를 간과하는 거죠. 그들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하고 공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해요. 한 나라 안에서도 대형 마트들은 농민과 공급자들을 쥐어짜 끝없이 최저가를 강제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들이 여러 나라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트 권력은 규제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공정무역 확대, 가공식품과 육류 소비 감축, 환경 및 수송비용의 가격 반영, 쓰레기 감축을 위한 외부감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것을 강조했다. 이런 주장이 현실로 이어지긴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인 슈퍼마켓 혁명’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슈퍼마켓 공급사슬의 대안으로 지역사회와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우리의 생협에 해당하는) 식품 허브의 구실을 강조했다.

로런스 회장은 12일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서울시의 친환경 학교급식 정책을 관의 긍정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학생들의 먹거리를 전적으로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맥도널드나 케이에프시 같은 초국적 기업들의 정크푸드가 학교에 들어오고 그 과정에서 지원을 주고받는 일이 벌어지는데, 저는 이것이 뇌물 수수나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친환경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먹이는 서울시의 정책을 오스트레일리아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현대 <한겨레21> 편집인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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