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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범한 교사였던 나를 정부가 활동가 만들어”

등록 2016-05-29 19:58수정 2016-05-30 10:17

전교조 전임자들 해직 코앞

‘최연소’ 박세영 조직국장
“선배들에 빚갚는 심정으로 일해
아이들과 찍은 동영상 보며 눈물”
지난 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뒤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 35명에 대한 직권면직 절차가 6월 초 마무리된다.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의원면직과 달리 교육 당국이 결정하는 직권면직은 곧 ‘해직’이다. 전교조가 1989년 출범과 동시에 불법노조가 됐던 당시부터 가입한‘선배 전임자’와 1998년 합법화 이후 활동을 시작한 ‘후배 전임자’에게 해직을 맞는 심경을 들었다. 서울 지역 교사인 두 사람에 대한 직권면직 절차는 지난 26일 완료됐으며, 당사자 통보만 남은 상태다.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하게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임자, 김재석 대외협력부위원장(왼쪽)과 박세영 조직국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하게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임자, 김재석 대외협력부위원장(왼쪽)과 박세영 조직국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세영(4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1989년 출범과 동시에 ‘불법 노조’가 된 전교조 선배 세대에게 전임자(노조 상근 활동가)가 ‘해직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다면, 합법 노조로 활동한 2000년대 조합원이 된 박 국장에게 전임자는 ‘빚을 갚는 일’이다.

“선배들이 해직을 당하면서 지켜온 전교조의 열매를 먹고 산 거잖아요. 다들 부채의식이 있죠. 누구나 전임을 한번쯤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1월 법원 판결로 전교조는 27년 전처럼 합법 노조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지난해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전임자로 활동을 시작한 박 국장은 해직을 앞둔 35명의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 가운데 가장 ‘어리다’.

1999년 서울교대를 졸업한 박 국장은 첫 부임 학교에서 전교조에 가입했다. “전교조의 역사도 모를 정도로 무지했지만, 1999년 합법화 이후 전교조 가입이 당연한 분위기일 때였어요.” 처음에는 “열매만 따먹는 조합원”이었다고 했다. 학생인권, 성평등 연수 등 ‘좋은 교사’로 성장하는 데 전교조는 교육부나 교육청보다 늘 더 많은 기회를 마련했다. “전교조에 좋은 교사연수가 진짜 많아요. 사실 처음에는 애들을 많이 체벌했습니다. 저도 맞으면서 컸으니까요. 전교조 학생인권 연수를 받으면서 많이 바뀌었죠.”

박 국장이 조합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2009년 찾아왔다. 이명박 정부는 일부 학교를 표집해 실시하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 형태로 바꿨다. 당시 박 국장은 ‘일제고사 응시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일로 감봉 징계를 당했다. “장학사가 학생 집으로 전화해 ‘시험보러 안 오면 선생님을 바꾼다’고 학생과 학부모를 압박한 걸 저는 나중에야 알았어요.”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명령불복종 교사>에는 박 국장도 출연한다. 박 국장은 “교육부랑 교육청이 평범한 사람을 활동가로, 여배우로 만들었다”며 웃었다.

박 국장은 최근 전임자로 나오기 전 제자들과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많이 운다고 했다. “얼마 전 간 초등학교에 애들이 막 뛰어다니는 걸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애들을 사랑한 게 아니라 애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2년만 조용히 전임하고 학교로 돌아가면 되는데, 법외노조 통보에다 해직까지 한다니 가슴에 활활 불이 붙는 것 같아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관련기사]
▶“아이들에게 돌아가면 해주고픈 말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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