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책임 묻겠다는 입장문 내
홍익대 정문 앞에 전시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한 이 대학 조소과 4학년 홍기하(22)씨가 “자유지만 단지 훼손에 대한 책임은 묻겠다는 입장”이라는 견해를 담은 입장문을 냈다.
홍씨는 2일 홍익대 총학생회 페이스북(▶바로 가기)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저의 입장은 누구의 의견이 맞고 틀리다의 차원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한다”며 “작가 본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은 어디 있냐 묻는다면, 저는 일단 작품을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고 학교의 공식적 허가를 요구하고 받아낸 것이기 때문에 자유를 방종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기에 저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을 하거나 제 작품을 훼손한 자들에 대해 법적 처벌을 요구한 것”이라며 “그들이 ‘틀리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지만 단지 훼손에 대한 책임은 묻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왜곡되어 읽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도 제 자신의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작품 훼손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겠다고 하면 그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며 “너도 나도 책임의 의무에서 벗어났으니 달려들 것이고 이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기에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 입장에서 이를 제재하기 위해 책임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조형물은 홍씨가 졸업 작품으로 제작해 지난달 30일 학교 정문 앞에 설치했다. 하지만 조형물은 설치 이틀 만인 1일 새벽, 손가락 부위가 잘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조형물 사이엔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님을…’이라는 메모가 붙었다. 조형물을 파손한 당사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예술적인 사고방식이나 표현의 자유를 떠나, 미술대학 외 다른 대학 학생들의 권리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해 조형물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조형물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김아무개(2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일베 상징 ‘조형물’ 훼손…나와 다른 생각 무너뜨릴 자유 어디까지 )
이하는 홍기하씨 입장문 전문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저의 입장은 누구의 의견이 맞고 틀리다의 차원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합니다.
작가 본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은 어디 있냐 묻는다면, 저는 일단 작품을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고 학교의 공식적 허가를 요구하고 받아낸 것이기 때문에 자유를 방종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저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을 하거나 제 작품을 훼손한 자들에 대해 법적 처벌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들이 ‘틀리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훼손을 막거나, 그것이 옳지 않은 행위라고 남들에게 나의 의견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자유지만 단지 훼손에 대한 책임은 묻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왜곡되어 읽히고 있습니다.
저도 제 자신의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작품 훼손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겠다고 하면 그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너도 나도 책임의 의무에서 벗어났으니 달려들 것이고 이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기에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 입장에서 이를 제재하기 위해 책임을 요구한 것입니다. 저의 입장과 반대된다고 생각하여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 훼손 행위도 일베가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작품 훼손한 사람을 일베 취급한다고 왜곡되고 있습니다. 저 말을 다시 잘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의 의견이 맞고 틀리다의 차원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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