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주의는 ‘때문에’아닌 ‘불구하고’ 정신” 한완상 총재
“인도주의는 ‘때문에’ 아닌 ‘불구하고’ 정신”
대한적십자사는 2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각계각층 인사와 적십자 가족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100주년 기념식을 열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대한적십자사는 지금부터 100년 전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기를 맞고 있었던 1905년 10월 27일 고종 황제가 제47호 칙령을 공포함으로써 탄생했다.
고종황제 칙령 설립…이산가족 상봉 10% 불과
“분단 아픔 씻고 세계로 나아갈 때” 한완상(70) 적십자사 총재는 26일 “올해는 적십자사 100주년이 광복 60주년과 겹치는 뜻 깊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서는 일제에서 벗어난 지 회갑을 맞아 새로 시작하면서 적십자 운동이 평화와 생명, 그리고 건강의 빛을 되찾는, 진정한 광복을 위해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란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적십자사는 당연히 남북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면서 “그 이유는 이산가족을 포함해 자신의 잘못도 아닌 분단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주의를 모토로 한 적십자사가 이런 부당한 고통들을 덜어주는 일을 외면해서는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산가족만 해도 10만여 명이 적십자사에 북녘 가족과의 상봉을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상봉에 성공한 사람은 1만1천 명 정도에 그치고, 생사를 확인한 것도 2만4천명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화상 상봉이 활성화되고, 지난 8월 착공한 금강산 면회소가 완공되면 좀 더 많은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금강산 면회소는 특히 그에게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문민정부 시절 1993년 초대 통일부총리로서 북쪽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제안했으나 당시에는 북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일이 12년 만에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는 김영삼 정권 초기인 1993년 통일부총리로 있을 때 비전향 장기수였던 이인모 노인을 아무런 조건 없이 북송했다가 극우세력의 용공음해성 색깔론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은 ‘때문에’ 논리가 아니고 ‘불구하고’ 논리로 풀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상대방이 나를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방을 용서하고 오히려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소신은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적십자사의 활동 영역은 이제 한반도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인도도주의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의사와 간호사 등 적십자요원 7명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국제적십자연맹 회원사중 대한적십자사 부담금액 9번째로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혈액사고로 적십자사가 큰 곤욕을 치른 일에 대해 “혈액사업은 적십자사 고유사업이 아니다”며 “지난 1981년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이므로, 정부가 잘 할 수 있으면 가져가는 게 최선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혈액관리원장에게 인사·예산권을 주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적십자사의 숭고한 인도주의 사업들이 혈액사고 같은 일로 이미지가 흐려져서는 안된다는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다. 그는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치유하는 한편 정보화·세계화 속에 심화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세계 최고의 인도주의 선진국을 지향해나가도록 적십자사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적십자운동에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글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분단 아픔 씻고 세계로 나아갈 때” 한완상(70) 적십자사 총재는 26일 “올해는 적십자사 100주년이 광복 60주년과 겹치는 뜻 깊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서는 일제에서 벗어난 지 회갑을 맞아 새로 시작하면서 적십자 운동이 평화와 생명, 그리고 건강의 빛을 되찾는, 진정한 광복을 위해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란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적십자사는 당연히 남북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면서 “그 이유는 이산가족을 포함해 자신의 잘못도 아닌 분단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주의를 모토로 한 적십자사가 이런 부당한 고통들을 덜어주는 일을 외면해서는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산가족만 해도 10만여 명이 적십자사에 북녘 가족과의 상봉을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상봉에 성공한 사람은 1만1천 명 정도에 그치고, 생사를 확인한 것도 2만4천명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화상 상봉이 활성화되고, 지난 8월 착공한 금강산 면회소가 완공되면 좀 더 많은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금강산 면회소는 특히 그에게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문민정부 시절 1993년 초대 통일부총리로서 북쪽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제안했으나 당시에는 북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일이 12년 만에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는 김영삼 정권 초기인 1993년 통일부총리로 있을 때 비전향 장기수였던 이인모 노인을 아무런 조건 없이 북송했다가 극우세력의 용공음해성 색깔론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은 ‘때문에’ 논리가 아니고 ‘불구하고’ 논리로 풀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상대방이 나를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방을 용서하고 오히려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소신은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적십자사의 활동 영역은 이제 한반도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인도도주의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의사와 간호사 등 적십자요원 7명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국제적십자연맹 회원사중 대한적십자사 부담금액 9번째로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혈액사고로 적십자사가 큰 곤욕을 치른 일에 대해 “혈액사업은 적십자사 고유사업이 아니다”며 “지난 1981년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이므로, 정부가 잘 할 수 있으면 가져가는 게 최선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혈액관리원장에게 인사·예산권을 주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적십자사의 숭고한 인도주의 사업들이 혈액사고 같은 일로 이미지가 흐려져서는 안된다는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다. 그는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치유하는 한편 정보화·세계화 속에 심화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세계 최고의 인도주의 선진국을 지향해나가도록 적십자사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적십자운동에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글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